국내 연구진이 항암제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세포 실험에 성공했다. 만약 앞으로 이 방법이 동물 실험과 임상 실험을 거쳐 신약 개발로 이어진다면 지금까지 골수·조혈모세포 이식 등 `최후의 수단`에 의존해야만 했던 글리벡 내성 백혈병 환자 중 일부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김동은 건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논문을 혈액·종양학 분야 학술지 `백혈병`(Leukemia) 온라인판에 지난달 19일자로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이 논문의 교신저자는 김 교수며 공동 제1 저자는 같은 학과 대학원생인 윤수진·김지은씨다.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널리 쓰이는 표적항암제지만 세포 분열 과정에서 추가로 돌연변이가 생겨 이 약제에도 내성이 생기는 사례가 있다. 세포의 유전자 서열 중 일부가 바뀌면서 글리벡이 더 이상 듣지 않게 되는 것이다. 글리벡 내성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부위는 40여개가 알려져 있고 일부는 내성을 극복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나 나머지는 아직 방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T315I`라고 불리는 유전자 부위 돌연변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돌연변이가 생기면 `티로신 인산화 효소`라는 세포 속 효소 중 특정 염기서열이 바뀌면서 글리벡에 내성이 생기는데 연구진은 이런 돌연변이 세포가 세포분열을 멈추고 죽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 돌연변이가 생긴 만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의 리보핵산(RNA)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이를 잘라내도록 설계된 `디옥시리보핵산(DNA) 분자가위`를 만들고 이 분자가위를 글리벡과 함께 사용한 결과 돌연변이 백혈병 세포의 사멸을 유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분자가위는 세포핵 안에 존재하는 DNA가 아니라 핵 밖에 존재하는 RNA를 겨냥한 것이어서 핵 안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고 이 때문에 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동은 교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DNA 분자가위로 선택적으로 절단함으로써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백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생성 이전 단계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연구 개념도
연구책임자 김동은 건국대 교수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