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에 이런 수수께끼가 나온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빵인데, 신은 왜 빵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는 만들어주지 않으셨을까.
해답은 신이 인간에게 빵나무 대신에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는 게 탈무드 설명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그것을 십분 활용해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무엇이든 많이 아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정보와 지식이 홍수처럼 넘치고, 기술혁신 주기가 짧아진 21세기에는 상황이 다르다. 무언가를 단순히 외우고 흉내 내는 것은 큰 힘이 되지 않는다. 창조경제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과학기술과 문화, 그리고 산업 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유도하는 창조경제론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구현할 수 있도록 과학 및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또 아이디어가 풍부한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창업할 수 있는 창조경제 모델도 제시했다.
그러나 창조경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창조경제가 도대체 무슨 말이냐.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누가 어떤 산업을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국민들도 이해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4·24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도 “밑에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창조이지, 위에서 명령하듯이 하면 창조가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창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1%가 `우리나라가 창조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사회`라고 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나라로는 미국(38.2%)을 들었다. 반면에 한국이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우리나라가 창조성을 중시하는 문화인가`란 질문엔 68.3%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창조성이 부족한 집단으로는 정치인(74.2%)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그 다음이 관료(11.3%)와 학계(7.8%)다.
창조경제를 구현할 능력 면에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에도 못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우리나라 창조경제역량지수는 6.2(최고점은 10)로 OECD 31개 회원국 중 20위에 불과했다. 주요 7개국(6.6)은 물론이고 OECD 전체 평균(6.3)보다도 뒤처졌다. 항목별로 보면, 우리나라 ICT 투입·활용도는 8.6으로 OECD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노동의 질적 향상 노력을 평가한 인적자본은 22위, 사회 전반의 구조·제도적 기반을 뜻하는 사회적 자본은 21위에 불과했다.
한 국가의 창조성과 ICT 역량은 별 연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컴퓨터와 휴대폰은 우리의 창조적 사고를 도와주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캘리포니아대 연구결과, 현대인은 평균 3분마다 정보기기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받는다. 정보기기에서 몇 분만 떨어져도 참지 못하는 `초미세 지루함(micro boredom)`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인터넷 세대들은 무언가를 이해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조금만 어려워도 그냥 넘겨버린다.
우리 인간은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남은 문제는 창조성을 어떻게 끌어내 활용하느냐다. 창의적 인재 양성과 산업 융합을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과제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엔 산업 현장과 교육 문제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창조경제를 이끌 주무부처도 최소한 미래창조과학·교육·산업부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주상돈 상장산업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