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명박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스마트폰용 모바일 지불 결제 서비스가 겉돌고 있다. 2011년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모바일 카드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전국 사업 확대에 나섰지만 사실상 이를 포기한 데 이어 또 다른 단발성 사업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방통위는 원래 명동 시범사업을 통해 모바일 결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4월 현재 명동 부근 200여 가맹점에 깔린 단말기 절반 이상은 자취를 감추었고, 나머지도 폐품으로 전락했다. 가맹점 확인 결과 방통위와 통신사·신용카드사 등 사업자가 사후 관리를 스스로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업에 참여한 카드사와 통신사도 관리에서 손을 뗀 지 오래라고 인정했다.
시범 사업 기간 중 하나SK카드의 명동지역 NFC 결제건수는 월 2000여건. 현재 월 결제 실적은 10건이 채 안 된다. KB국민, 신한, 비씨카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월 결제건수가 모두 10건 이하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10건 중 8건은 카드사 직원이 사용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업계는 방통위 시범사업을 `제2의 모네타 사건`이라며 실패한 사업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과거 통신사가 1000억원을 들여 전국에 보급했던 1세대 모바일 결제 단말기(일명 모네타 동글) 44만대를 전국에 보급했지만 준비 미흡과 수요예측 실패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면서 사실상 폐품으로 전락했다. 상황이 똑같다는 것이다.
실적이 신통치 않자 방통위는 방향을 선회해 NFC 기반의 모바일결제 전국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또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 모바일 후불교통카드 사업이다. 울산지역에 4개 카드사를 참여시켜 `세계 최초 모바일 후불 교통카드 사업`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추진 중이다. 이 사업에는 신한, KB국민, 롯데, 비씨가 참여했다. 모바일카드 사업 관련 방통위는 진흥사업을, 지경부 산하 기표원은 표준화, 금융당국은 보안과 제도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별도의 TF 구성은 고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 추진과 참여 기업 중복으로 혼선만 야기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중복사업 중재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는 금감원 규제를 받고 통신사는 방통위, IT기업은 지경부 영역에 묶여 한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라며 “모바일결제가 확산되려면 가맹점 인프라가 깔려야 하는데 예산문제조차도 부처 소관이 달라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서 ICT컨버전스 사업의 일환으로 별도의 모바일지불결제 전담 컨트롤타워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 당국과 방통위, 지경부 등 흩어져 있는 모바일지불 결제 현안을 하나로 묶어 미래부 산하 전담기관, 혹은 별도의 협회를 설립해 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