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강국, 기술 대국]새정부 첫 4월 과학의 달, 미래를 설계하자

최근 초등학생 등에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가장 많은 답변이 `연예인`이다. 1970~198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의 기억에 한 학급에서 많이 나왔던 답변 중 하나가 `과학자`였다. 당시 어린이들에게 과학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확대 해석일 수 있지만 생활로서의 과학은 우리 의식과 그 당시보다 멀어져 있는 것 같다.

과학기술이 우리 삶 속에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물이나 공기처럼 그 소중함은 간과되고 있다.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이 삶의 여유와 편리함을 만들어가며 우리 생활 속에서 `소통하고, 함께 나누며, 문화로 즐기고, 미래를 여는 과학`의 중요성을 되새겨 본다.

지금 인류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어디 한 군데 과학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리모컨만 있으면 모든 것, 심지어 자동차 운전까지 손쉽게 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누구도 리모컨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 이상하게 작동하면 새것으로 바꾸려 하지만, 그 리모컨 안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첨단 과학기술이 어떻게 축적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문제만이 아니다. 최고의 과학기술 선진국인 미국은 물론,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는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모든 나라가 걱정하고 있는 일이다. 대중의 관심이 과학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과학 사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과학대중화 사업에 대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사업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억지로 하는 과학이 아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즐기며 할 수 있는 과학 문화를 만들자는 것. 최근 세계 과학기술계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과학대중화 사업에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 과학관이다. 작년 12월 6일 서울 워커힐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개최한 `2012 과학창의 연례컨퍼런스`에 참석했던 유럽 과학관·박물관연합(Ecsite) 로버트 펌호퍼 회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최근 유럽지역 과학관에 대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대다수 과학관은 소장품 중심의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이 전통방식이 무너지고 있다. 과학관의 주인공이 소장품에서 관람객으로 바뀌었다는 것. `소통`과 `즐거움`을 강조하는 과학관 운영방식은 과학관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놓고 있다. 기존의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선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천문학 등 특정 분야 전문가, 동호인들이 모여 밤늦게까지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늦은 밤(LATES)` 프로그램, 다양한 분야 연구원이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과 만나 과학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연구원의 밤(Researcher`s Night)`, 로봇·IT제품 등을 직접 만드는 것을 공개하는 `Maker`s Movement`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성인 대상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원들이 다수 참석한 `연구원의 밤` 행사에서는 블랙홀, 암흑물질, 힉스분자 등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과학테마로 토론이 진행됐는데 영국 전역으로 TV중계가 이뤄질 정도로 주목 받았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즐거운 과학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40여 년 이상 수행해온 노하우를 통해 전 국민 대상의 즐거운 과학 프로그램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과학소통` 프로그램이다. 전국 규모의 과학창의축전, 가족과 함께 과학을 즐길 수 있는 가족과학캠프, 국내 최대의 과학 콘텐츠를 담은 TV, 인터넷과학신문 등 과학매체, 일반인을 위한 과학토크, 직장인, 성인을 위한 과학문화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연이어 창출하고 있다.

`과학융합` 프로그램도 많다. 스티브 잡스가 말하듯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다. 과학스토리텔링, 과학융합공연 등 과학문화의 범위가 끝없이 확장되는 분위기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과학 나눔`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이다.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과학실험을 하는 `생활과학교실`은 지역 청소년들 속에 자리 잡았다. `대학생 과학 나눔 봉사단`은 방학 때마다 섬, 산골 등 소외지역 학생들을 위한 과학봉사활동을 벌인다.

미래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의 과학대중화 프로그램도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전국 중·고교에 500여 개 과학반 동아리들을 지원하는 `청소년 과학탐구반` 활동과 함께 매년 수차례 전국 규모의 과학탐구대회를 개최해 청소년들의 이공계 지망을 독려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콘텐츠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 40여 년간 과학 대중화사업을 해왔지만 그동안 제작한 과학문화 콘텐츠들을 한데 모으고, 관리하면서 체계적으로 보급하는 기능이 부족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앞으로 좀 더 많은 부분에서 과학대중화 프로그램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 견해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과학대중화 사업과 관련 한국에서도 대중이 바라고 있는 과학기술관련 프로그램, 사회적 이슈, 미래 과학기술 이슈 등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조사를 실시하면서 대중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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