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버즈는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추억의 IT기기를 리뷰 형식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제품 출시 당시인 2003년 상반기의 시점에 맞추어 작성된 기사이므로 다소 현재 상황과 차이가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팜OS 계열 PDA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무기로 내세워 전세계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지난 2002년부터 컴팩 아이팩, HP 조나다, 카시오 카시오페아 등 컬러 화면과 음악·동영상 재생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앞세운 포켓PC의 도전도 만만찮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는 2002년부터 팜OS를 기반으로 멀티미디어를 강화한 PDA ‘클리에’를 일본과 미국에 출시하며 주가를 올라고 있다. 2003년 5월 소니가 출시한 클리에 NX73V는 320×480 화소 고해상도 화면과 200MHz CPU와 32MB 대용량 롬을 탑재해 멀티미디어 기능이 한층 강화되었다.
◇ 가상 그래피티·물리 키보드 돋보여 = 색상은 건메탈 블랙이며 외관은 기존 클리에 NR60·NX60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무선랜카드나 CF카드를 꽂아 쓸 수 있는 CF슬롯이 위에 달린 대신 메모리스틱 슬롯은 아래로 내려갔다. 메모리스틱 리더 부분의 접촉 불량으로 흔히 생겼던 고질병(?)인 메모리스틱 인식 불량 문제도 해결되었다. 30만 화소 카메라는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돌려놓았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서 쓸 수 있다.
화면을 펼치면 320×480 화소 스위블 화면이 보인다. 애초 팜OS에서는 160×160 화소 화면만 쓸 수 있지만 클리에는 컬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N600C·N700C부터 자체적으로 320×320 화소를 확장해 쓸 수 있게 만들었다. NX73V는 여기에 더해 필기인식 영역 ‘그래피티’를 가상으로 만들어 320×160화소 가량을 더 쓸 수 있게 했다. 이북 등 많은 양의 텍스트를 읽을때는 그래피티 영역을 감췄다가 필요할 때만 꺼낼 수 있어 편리하다.
그래피티에 익숙해지면 스타일러스 펜만 이용해 다양한 글자를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 하지만 팜OS PDA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일일이 스크린 키보드로 한 글자 한 글자 누르다 포기하기 쉽다.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것이 화면 아래 숨겨진 내장 키보드다. 키는 총 2개이고 엄지로 차분히 누르다 보면 제법 많은 양을 입력할 수 있다. 백라이트도 켤 수 있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입력하기도 좋다. 소니 제품에 빠질 수 없는 입력장치인 조그다이얼도 달아 위아래로 스크롤하기 편하다.
◇ CJKOS로 한국어 입출력, 멀티미디어 기능 뛰어나 = NX73V가 내장한 팜OS 5는 일본어 버전이기 때문에 초기 상태에서는 영어와 일본어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CJKOS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한국어 표시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메뉴도 한국어로 바꿔 쓸 수 있다. CJKOS 기본 내장 글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변환 프로그램을 이용해 윈도 운영체제에 내장된 글꼴을 변환해 설치하면 된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는 한글 타이핑이나 입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도로 한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해 그래피티 영역에 글자를 그리면 한글 입력이 가능하고 내장 키보드로도 한글을 쓸 수 있다. 다만 한글 자모가 키에 찍혀 있지 않아서 키 배열을 모두 외우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더 불편하다. 스크린 키보드를 불러내 입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팜OS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발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당고 등 외국 사이트 뿐만 아니라 클리앙, 케이퍽 등 국내 팜OS 관련 기기 사이트를 돌아다니면 유용한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특히 컬러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단 클리에에서 쓸 수 있는 프로그램 중에는 만화책 뷰어 프로그램 ‘코믹구루’와 각종 웹사이트를 변환해 PDA에서 보기 좋게 만들어 주는 ‘핸드스토리’의 인기가 높다.
기본 내장 애플리케이션도 충실한데 가장 많이 쓰일 법한 애플리케이션은 MP3를 재생하는 ‘오디오 플레이어’다. 메모리스틱에 복사한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고 저작권 보호 기술 ‘매직게이트’가 적용된 흰색 메모리스틱을 쓴다면 ATRAC3로 압축된 파일까지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용 프로그램인 소닉스테이지가 한글 윈도에서는 충돌을 일으켜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메모를 저장할 수 있는 ‘클리에 메모’, 본체 앞에 달린 적외선 센서를 마치 가전제품 리모컨처럼 쓸 수 있는 ‘클리에 RMC’ 등 재미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해상도와 화질을 낮춰 PDA용으로 변환한 동영상은 TCPMP를 이용하면 손쉽게 재생할 수 있다. 200MHz급 CPU를 탑재해서 초당 20프레임 이상으로 재생이 가능하다.
◇ 포켓PC에 질렸다면… = 물론 클리에가 국내에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는 제품이다 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 ‘클리에 RMC’에는 기본적으로 일본 전자제품 리모컨 데이터만 내장되어 있다. 물론 국내 전자제품 리모컨 데이터를 찾아서 넣으면 작동하지만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하드리셋 후에는 모든 메뉴가 일본어로 나타나 초보자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CJKOS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일부 글자가 깨지는 현상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팜OS 5를 탑재한 PDA 중 고성능 CPU와 고해상도 화면을 갖춘 제품을 쓰고 싶다면 클리에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잦은 리셋이 필요한 포켓PC와 달리 안정성도 높다. 일정이나 주소록, 할 일, 메모 등 기본적인 정보는 영문판 팜데스크톱을 설치하면 데스크톱PC와 공유할 수 있어 크게 문제도 없다. PDA 초보를 지나 좀 더 묵직한 PDA를 써 보고 싶거나 하루가 멀다 하고 포켓PC를 리셋하는 데 질린 사람에게 권해줄 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