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빼가기 수사에 고삐를 죈다. 최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기업의 부적절한 거래 관행을 연이어 비판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새 정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개인·중소 벤처기업의 아이디어·기술 보호 의지로 풀이된다.
31일 경찰청 관계자는 “경제민주화가 강조되고 있듯이 경찰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대기업 기술 탈취 단속 의지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수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최근 교육과 함께 포렌식 장비 등 선진장비 도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렌식 장비는 범죄 수사에 사용하는 과학적 증거 수집·분석 기법이다. PC·노트북·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에 남아 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 검거 건수는 2010년 40건(154명, 이하 검거인원)에서 2011년 84건(311명), 2012년 140건(398명)으로 확대됐다. 중소기업청·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술유출 경험 중소기업은 12.5%였다.
경찰은 기술유출 유형을 크게 대기업 사업영역 확장 목적, 원가 인하를 위한 납품업체 다변화, 개발 비용·기간 단축 등 세 가지로 보고, 사건 발생 시 유형에 해당하는지 확인한다. 납품업체 다변화는 대기업이 협력사 도면·샘플 등을 확보해 다른 경쟁사에 제공해 가격 경쟁을 붙이는 형태다. 경찰청은 중소기업 기술침해 행위 유형이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중소기업이 대기업 보복을 이유로 신고하는 것을 꺼려 관련 협회·단체와 공조에 나선다. 연초 중소기업중앙회와 관련 업무 협약을 맺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경찰청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행위 적극 신고를 주문했다”며 “다만 중소기업이 회사 운명을 걸고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기술 탈취는 납품단가 인하와는 수준이 다른 심각한 문제로 중소기업은 대안을 못 찾는다”며 “범죄가 인정될 경우 실무자가 아닌 대표가 구속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산업기술유출수사 검거현황 (단위:건, 명)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