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조금 조삼모사, 또 속을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초까지 이동통신시장이 보조금으로 홍역을 앓았다. 통신사의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반년 만에 수조원의 보조금이 시장에 풀렸다. 갤럭시S3가 17만원까지 떨어지며 화제가 됐다. 1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고, 부당한 소비자 차별행위를 한 통신사에 순차 영업정지라는 강한 처벌을 내렸다. 하지만 통신사는 경쟁사 영업정지 기간에 보조금을 오히려 높여 가입자 뺏기에 나서는 등 처벌 효과는 없었다. 방통위는 이달 통신 3사에 다시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정부의 통신사 보조금 규제 기사를 쓰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데 왜 규제하느냐`, `요금이나 낮출 것이지 잘하고 있는 보조금은 왜 규제하냐` 등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통신사가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정부가 왜 규제하느냐는 비난이다.

비난하기에 앞서 살펴봐야할 것이 있다. 과도한 보조금이 전체 소비자에게 혜택이 되느냐는 점이다. 보조금은 `조삼모사` 고사처럼 일단은 좋아 보이지만, 결국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당장 보조금 수준이 높을 때 단말기를 구매한 일부 소비자는 분명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존 가입자에는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단말기도 비싸게 구매했는데, 과도한 보조금에 따른 손실분까지 요금으로 보전해주는 결과를 낳는다. 소비자간에 차별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정부가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27만원으로 정하고, 이를 넘으면 처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7만원은 한 가입자 유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최대치라고 평가하지만, 그 이상을 쓰면 다른 가입자로부터 얻는 이익으로 손실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금은 높이고, 요금은 낮추라는 요구도 상충되는 주장이다. 보조금으로 비용을 지출한 것은 결국 요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특정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가는 보조금보다는 전체적인 요금 인하를 해야 모든 소비자에 이익이 된다.

통신사는 6개월간의 보조금 전쟁 후 소모적인 경쟁이었음을 깨달았다. 마침 SK텔레콤이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망내 무료통화`, `기변혜택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제는 소비자가 변할 때다. 눈앞의 당근인 보조금에 환호하며 불필요한 단말기 과소비에 빠지기보다, 알뜰한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