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폰 특허전쟁은 기존 휴대폰 산업과 컴퓨터 산업이 스마트폰 산업으로 융합되면서 나타났다.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의 시장지배력을 지키려는 애플이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대표주자 삼성전자를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특허들로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항해 삼성전자가 통신표준특허들로 전세적인 반격을 가함으로써 확산됐다.

전통적으로 휴대폰산업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지원군 모토로라가 통신표준특허를 특허소송 무기로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기존 통례에 의하면 스마트폰은 그 작동에 있어 반드시 통신표준을 따르게 돼 있어 애플의 아이폰은 꼼짝없이 통신표준특허 침해를 인정하게 되고 판매금지 신청이 받아들어면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시나리오가 정답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상당히 예외적이었다.
통신표준특허를 포함한 모든 표준특허는 표준제정 당시에 특허 보유자들이 표준화 이후 특허 비보유자가 표준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고자 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한다는 프랜드(FRAND) 규약에 동의한다. 일반특허는 당연시 되고 있는 지식재산권 권리행사에 있어 제한적이라는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표준특허를 통한 판매금지 신청은 부당하며 특허침해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액도 프랜드 조건에 따르는 로열티로 제한한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표준특허 침해에 대한 판매금지가 가능하다는 한국 및 독일 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미국무역위원회(ITC)는 특허침해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고 특허분쟁에 대한 보상이 수입금지로 한정돼 표준특허 분쟁에 대한 특허침해가 인정되더라도 함부로 수입금지 행정처분을 명령 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연방무역위원회(FTC), 미국특허청(USPTO) 등 연방행정기관들이 표준특허를 통한 수입금지·판매금지 신청이 적절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독점법에 위반 될 수도 있다는 성명을 내자 ITC는 표준특허 침해에 대한 판매금지 결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최근 애플의 삼성전자 표준특허 침해 결정을 두 차례나 연기한 것도 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IT 특허강국인 한국이 취해야할 표준특허 창출전략은 무엇인가. 언급한 것처럼 표준특허를 소송무기로 사용하는데 있어 여러 제한이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추진해온 적극적 표준특허 창출전략을 수정하자는 주장에 쉽사리 동의하기도 어렵다. 미국 현지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취해야할 표준특허 창출전략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먼저 표준특허의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한다. 예를 들면 오디오·비디오 표준특허와 같이 전통적으로 특허 풀(pool)을 통한 공동 라이선스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에서는 분명히 지분확보를 위한 표준특허 창출전략이 필요하다. 통신 표준특허와 같이 전통적으로 양자 간 협상을 통한 라이선스가 체결되는 분야에서는 교차라이선싱, 가치사슬통합, 전략적 제휴 등 표준특허의 비즈니스 활용전략과 연계된 창출전략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표준특허 창출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전략을 마련해야한다. 미국 특허소송은 침해제품의 기능 어느 한 요소라도 특허 청구 항에서 누락되면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표준화 회의에서 표준특허가 권리화하려는 기술제안이 채택되더라도 최종 표준스펙 문서를 면밀히 검토해 누락된 사항이 있다면 보정과정을 통해 청구 항을 수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표준적용 제품이 반드시 표준특허를 침해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제품 기능에 따른 표준특허 창출전략을 세워야 한다. 표준스펙 문서에 송신과 관련된 프로세스가 명시돼 있다면 수신 프로세스는 반드시 송신 프로세스와 역방향 대칭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표준적용 제품이라도 특허침해가 아닐 수 있다. 제품의 구현에 있어 가능한 여러 프로세스를 고려한 특허 권리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근호 테크아이피엠 대표 alexglee@techi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