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통신시대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동영상을 즐기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러나 모처럼 해외에 나갈 때는 생각이 복잡해진다. 각 나라별로 데이터 통화료가 천양지차기 때문이다. 통신료가 떨어지는 게 세계적인 추세지만 해외 로밍만큼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자칫 해외에서 국내처럼 데이터 서비스를 편한 마음으로 이용하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와이드모바일이 해외 데이터 요금의 가격파괴를 선언하고 나섰다. 최저가로 해외 로밍서비스를 출시했다. 고용길 본부장은 “국내 주요 통신사의 데이터 통화료가 1일 9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라며 “와이드모바일 알뜰 요금은 8100원 수준으로 최대 20%까지 할인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출장자 뿐 아니라 여행객도 크게 늘었다”며 “글로벌 추세에 맞춰 해외 로밍 요금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해외로 나가는 고객이 많으면 요금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훨씬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와이드모바일은 별정 부가서비스 사업자다. 자체 통신망을 가진 기간통신 사업자에게서 망을 빌려 임대 서비스한다. 망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기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최저가가 가능한 배경은 `포켓 와이파이` 덕분이다. 포켓 와이파이는 KT `에그`와 같은 단말기로 3G와 LTE서비스를 무선 랜으로 불리는 와이파이 서비스로 전환해 준다. 와이파이는 대부분 무료기 때문에 해당 국가 기간사업자에 망 임대료와 사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이를 위해 해외 유수 기간통신 사업자와 손잡았다. 서비스도 나쁘지 않다. LTE급에 버금가는 데이터 속도를 자랑한다.
고 본부장은 “일본·중국·미국을 비롯해 아시아·미주·유럽 주요 나라에서 서비스가 가능하고 1개 단말기로 최대 5명까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며 “2인 이상 여행객에게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이익이 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출시 이 후 매월 20∼30%씩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낙관할 정도로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풍부한 해외 사업 경험도 중소기업이지만 와이드모바일이 데이터 로밍 분야에 강자로 떠오른 배경이다. 2004년 설립한 와이드모바일은 출범 당시만 해도 경쟁업체가 수십 군데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정리됐다. 사업을 크게 벌이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 결과다.
“처음에는 해외 현지번호로 휴대폰을 빌려주는 임대폰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해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이어서 임대폰 사업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당연히 다른 기업도 눈독을 들였습니다. 와이드모바일은 대부분 경쟁 기업이 일반 고객에 집중할 때 기업 고객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고 본부장은 “국내 1000대 기업을 겨냥해 고객 유치에 나섰고 경기와 관계없이 장기 고객을 확보했다”며 “기업 고객은 처음에 개척하기가 힘들지만 일단 신뢰를 얻으면 장기 고객이 많아 유리했다”고 덧붙였다.
와이드모바일은 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언론사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3세대(3G)서비스 개막 이후에 굳이 휴대폰을 바꾸지 않아도 대부분의 나라가 로밍이 가능했지만 역시 비싼 요금이 문제였는데 이를 적절히 공략한 것이다. 서비스 국가도 240여개로 확대한 점도 주효했다. 임대폰 사업에 이어 미래를 위해 승부를 건 곳이 바로 데이터 로밍 분야다. 고 본부장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통신서비스가 음성에서 데이터로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미래 통신 시장은 데이터 쪽에서 승부가 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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