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효율화가 세계 각국의 정책 화두로 급부상했다. 정부도 낭비되는 전기를 줄이기 위해 2010년부터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규제했으며 2015년부터는 0.5W로 낮추는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 제조사들은 대기전력 1W 이하의 제품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기전력 정책은 제품의 전력소비량을 1W 이하를 측정하는 것일 뿐 역률에 대한 규제는 빠졌다고 지적한다.
역률은 한전에서 보낸 전력(피상전력)을 가정에서 실제로 사용한 비율을 일컫는다. 피상전력은 가정 내 전력기기에 연결되면서 유효전력과 무효전력으로 나뉜다. 무효전력이 적으면 적을수록 역률이 좋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TV를 켰을 때 최초 200W의 전력이 들어가지만 실제 사용되는 전력은 196W가 쓰이며 나머지 2%는 무효전력이다. 역률은 98%다. 문제는 TV를 껐을 때 발생한다. PDP TV의 경우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콘센트에는 4.8W의 피상전력이 전달되며 실제 대기전력은 0.16W로 표시된다. 하지만 4.64W는 무효전력으로 소리 없이 낭비되는 에너지다. 이 때 역률은 3%로 사용되지 않고 낭비되는 전력은 97%가 되는 셈이다.
김창호 웨스콘전자 사장은 “정부가 대기전력을 1W로 규제만 하고 있을 뿐 총 전력량 감소에 영향을 주는 역률은 전혀 규제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기기기 제품 가운데 역률이 0.3% 이하로 검출되는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자기기 제조사들이 제품의 회로설계를 확대해 사용하지 않는 기기에 대한 유효전력은 상당부분 줄였지만 회로를 통해 흐르는 무효전력은 오히려 증가되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정부가 역률 규제에 대한 기준 없이 대기전력(유효전력)만을 규제하는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가전 제조사들은 역률 규제가 강화될 경우 개발비용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가전 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부품과 회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무효전력이 결정되는 것은 맞다”며 “역률개선을 위한 기술개발은 아직도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역률개선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기모드나 경부하에서 유효전력을 최소로 하면 역률은 반드시 낮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사들이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해 회로설계를 확대하면서 무효전력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나는 사실상 편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명 에너지관리공단 효율표준화인증센터 부장은 “국내 대부분 아파트의 경우 이미 전기분전함에서 역률을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하지만 역률개선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