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소식을 접했을 때 기대감이 컸다. 벤처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17조원가량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배정하고 해외 성공사례를 적절하게 도입해 10년 전보다 더 탄탄한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은 비단 벤처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장인과 학생도 새로운 기회를 꿈꿔볼 수 있게 했다.

최근 `슈퍼 부처`라는 이유로 여야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계획이 무산되진 않을까 우려했는데 원안대로 출범한다니 일단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출범 목적과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는데다,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통합조직이 탄생한 것은 업계 종사자로선 기대해봄 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올바른 실행이다. 젊은이들이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지 않고 창업을 기회로 여기고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이미 탄생한 벤처 그러나 단단하게 성장하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수많은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지원 또한 필요할 것이다.
이미 열심히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벤처의 지속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2년 남짓 벤처를 이끌면서 하나의 기업이 탄탄하게 성장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들고 끈기 있게 버텨내야 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주변의 다른 벤처기업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큰 어려움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회사는 한 손에 꼽기도 어렵다.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이 자금이나 기타 여러 가지 자원의 부족으로 성과를 내기 직전에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난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모습을 봐왔다. 진정한 창업 열기를 이끌어내려면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2∼3년차 벤처기업에게 관심과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벤처가 대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고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적, 경제적,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즉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는 `스타벤처`를 발굴해내고 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 5년 동안 추진할 단기 전략과 5년 후에도 지속할 중장기 전략으로 나눠 체계적,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원정책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벤처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자금지원 환경을 융자에서 투자로 바꾼 결정은 고무적이다. 초창기 벤처는 지속적으로 투자가 필요하다. 대출이 투자로 바뀌는 관점의 전환 자체가 벤처 생태계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기업에 혜택이 되는 정책들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일례로 정부 또는 기관에서 진행한 대회에서 수상한 후 해당 기관의 홍보 및 조사활동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느라 업무 또는 기업운영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지원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정부나 기관의 필요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필요에 맞도록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부 공식 출범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혁신적인 기여를 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디 `스타트` 환경만 조성하는 게 아니라 `업`을 위한 실질적인 고민을 많이 해 주기를, 그로 인해 진정한 제2의 스타트업 붐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 hepark@i-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