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미국 오하이오 애크런대 경영학과 교수(ykpark8@gmail.com)
빅데이터 시대 기업 환경은 더욱 빨라진 변화와 불확실성으로 대변된다. 빅데이터 대표 솔루션인 하둡의 모태이자 최고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구글도 증가하는 데이터 속도를 따라잡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양 만이 아니라 데이터 다양성에도 있다.

기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솔루션은 주로 정형적인 데이터를 처리했고 새로운 솔루션은 멀티미디어·문자·디지털 기술이 자동으로 생성하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처리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BI콩그레스(Congress)`라는 빅데이터 국제 세미나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현재 3%정도의 비정형 데이터에만 태그 정보가 붙여지고, 반 정도만이 분석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디지털 기술과 그에 따른 빅데이터는 비단 하이테크 산업 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부문에 걸쳐 기업환경을 구성하는 제품, 서비스, 소비자, 경쟁자, 기술, 규제 등을 더욱 빠르고 불확실하게 변하게 한다. 기업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가령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의 맥그래스 교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매년 매출액과 순이익이 5% 이상 꾸준히 증가한 기업은 8%, 10년 동안은 겨우 5개 기업뿐이었다.
그럼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은 어떻게 생존하고 계속 번영할 수 있을까? 미국의 하라스 엔터테인먼트(현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활용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하라스는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를 이용해 고객 요구를 적시에 파악하고 대응해 성공을 이룬 대표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1990년대 미국 2개 주에 4개 카지노를 운영하던 하라스 카지노는 2002년에는 13개주에 26개 카지노를 운영해서 4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고, 현재는 50여개의 카지노 호텔과 7개 골프코스를 운영하며 90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 호텔 카지노 회사가 됐다. 최고경영자인 개리 러브만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저널과 여러 강연을 통해 성공의 원동력은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를 통한 끊임없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개리 러브만은 1998년 하라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스카우트되었는데, 당시 그가 하라스에 가지고 간 것은 다름아닌 그의 데이터 분석 전문지식과 실험에 근거한 경영 운영 마인드였다. 가령 항공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본 따서 `토털 리워드(Total Rewards)`라는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각 레벨에 맞는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비단 라스베이거스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하라스 체인에서도 통합시스템을 통해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만족도를 유지했다. 데이터 분석으로 82% 매출이 26% 고객에게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들은 고급 리무진을 타고 온 하이롤러나 여행객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적은 돈으로 슬롯머신게임을 즐기는 중년의 은퇴한 교사, 혹은 의사, 은행직원들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개리 러브만이 MIT경영대 세미나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하라스에서는 통제와 실험 그룹을 동시에 두지 않아서 실험 결과를 정확히 알아낼 수 없는 실험을 한 직원은 해고 대상이다. 이는 회사가 얼마나 실험과 데이터분석을 기업 문화화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 사례는 비즈니스 애널리틱스가 무엇인지 잘 설명해 준다.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는 빅데이터 시대에 흘러넘치는 다양한 데이터를 전사적 차원에서 하둡이나 데이터웨어하우스로 정제해서 관리하고 고품질의 풍부한 데이터를 다양한 기법으로 분석해 기업환경 변화를 적시에 인지할 수 있는 실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비즈니스 애널리틱스에 근거한 끊임없는 실험으로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만든 성공사례는 비단 하라스뿐이 아니다. 델컴퓨터는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는 웹페이지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고객 구매행위 데이터를 모으고 웹 애널리틱스로 분석해 가장 성공적인 웹페이지의 핵심 성공요인을 찾아낸다.
빅데이터 시대에서 경쟁 우위를 만드는 것은 소프트웨어나 정보기술도 아니고 데이터마이닝이나 통계 같은 분석기법도 아니다. 바로 명확한 목표 아래 비즈니스 애널리틱스에 근거한 끊임없는 실험으로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적응하고 나아가 능동적으로 기업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 해법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