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

“우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경제 위기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독일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정말 괜찮은 것일까. 바다 건너 우리나라 기업들도 유럽발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작 유럽 안 독일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말인가. 꽤 미심쩍었다.

그런데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이런 낙관을 증명한다. 제약 및 전자재료 전문 기업인 머크 그룹의 지난 해 매출은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바스프의 2012년 매출도 전년 보다 7%가 늘었다. 물론 상당수 기업들은 줄어든 매출 실적을 기록했지만 비관적인 수준은 아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독일 기업들의 시장은 `세계`라는 점이다.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다 보니 다른 새로운 시장이 유럽의 침체를 메워줬다. 또 다른 하나는 `준비`다.

독일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미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혁신은 이들의 모토다. 스마트 시대에 내세울 만한 독일제 스마트 디바이스 하나 없다. 하지만, 산업 저변에 필요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함으로써 유럽 전체 경제를 지탱하게 했다. 유명한 탄광 지대였던 베스트팔렌 주 일대가 나노·미세 가공과 같은 첨단 기술 중심 지역으로 바뀐 것이 좋은 예다.

이처럼 지속된 투자는 지금의 독일을 만들었다. 또한 주변 국가의 경제 위기에도 낙관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자세다.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친다. 독일이 준비하는 미래는 단 기간 내에 주도할 트렌드보다 10~20년을 내다보는 투자다. 그만큼 우리 인류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대상이 된다. 대체 에너지와 노령화에 대비한 바이오 기술 등이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두렵다. 자연 재해를 비롯한 환경 변화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내다보기 어렵게 하는 요소는 더 많아졌다. 하지만 준비하는 자들에게 그것은 기대와 설레임에 가깝다. 현재를 기록하는 숫자에 연연해선 미래를 내 것으로 만들기 힘들다. 오늘 날 유럽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독일. 그들의 진정한 힘은 `희망`이 아닐까.

뒤셀도르프(독일)=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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