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단일벽탄소나노튜브(SWCNT) 상용화 노력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국내 투자는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중소기업이 우수한 제조 기술을 확보했지만 우리나라보다 해외 기업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SWCNT 시장을 선점하려면 대기업과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라이스대학교는 최근 SWCNT로 만든 실을 개발했다. 굵기는 머리카락만큼 가늘지만 전기 전도도는 구리나 금, 알루미늄 합금과 비슷하고 인장 강도는 구리보다 20배 높다. 미국 IBM은 SWCNT를 활용한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리콘 대신 SWCNT를 사용하면 반도체 집적도와 방열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SWCNT는 흔히 CNT로 부르는 다중벽탄소나노튜브(MWCNT)보다 전기 전도성이 10~100배 높아 응용 잠재력이 크다. 세계 유수 기업과 대학, 연구소들이 R&D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인공근육, 우주 엘레베이터 등 차세대 제품에 적용할 수 있어 유망한 미래 소재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국내 사업이 MWCNT에 쏠려 SWCNT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SWCNT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KH케미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KH케미컬은 주로 해외 연구개발(R&D) 기관에 소량의 SWCNT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을 인정받았지만 국내보다는 해외 기업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SWCNT 상용화가 더딘 이유는 가격이 높고 응용 가능 제품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KH케미컬이 최근 종전의 10분의 1 가격인 g당 30달러에 제품을 내놨지만 MWCNT보다 여전히 600배 높다. MWCNT 가격은 최근 ㎏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져 응용 제품 출시가 가속화 되는 추세다.
SWCNT 가격을 낮춰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대기업의 속성상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근 그래핀이 각광을 받으며 관심이 사그라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단의 조치 없이는 SWCNT 시장을 다른 나라가 선점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이나 일본처럼 SWCNT를 포함한 CNT 산업을 전체를 지원하기 위한 대기업과 정부의 장기 R&D 투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