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투자 5조원 시대가 다음 달 열린다. 2005년 출범 후 8년 만이다.
13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모태펀드 자펀드 투자규모는 1월 말 현재 4조9377억원이다. 작년 말 4조8947억원과 비교해 425억원 늘었다. 주주총회가 몰린 2월은 투자 비수기다.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5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모태펀드는 `펀드를 위한 펀드(Fund-of-Funds)`다. 벤처투자 목적으로 결성된 펀드에 투자한다. 대표 벤처펀드 자금줄이다.
투자 유형별로 보면 1월 말 기준 정보통신이 1조3408억원(이하 자펀드 투자실적)으로 가장 많다. 일반제조와 엔터테인먼트가 각각 1조3194억원과 1조318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투자가 많은 것은 모태펀드에 문화산업진흥기금(문산기금)이 2800억원가량 들어갔기 때문이다. 생명공학(3289억원), 서비스·교육(2580억원), 유통(1198억원) 등의 순이다.
연도별 투자 금액은 2005·2006년 2749억원에서 2007년 4670억원으로 늘었다. 2009년 6953억원, 2010년 9532억원으로 증가했다. 2011년(1조476억원)과 지난해(1조322억원) 2년 연속 1조원대 투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정부 모태펀드 결성 규모는 1조4791억원이다. 이 예산으로 창출한 민간 벤처투자시장이 5조원이다. 1조4800억원 예산으로 5조원 자금이 기업에 흘러들어간 셈이다. 한국벤처투자 자체 분석 결과 투자(모태펀드) 대비 펀드결성 규모는 3.9배에 달한다.
지난해 모태펀드 회수 규모는 2000억원을 넘었다. 추가 재원 없이 회수자금만으로 8000억원 가까운 투자가 가능하다. 모태펀드 결성 후 `투자→회수→재투자` 선순환 구조에 근접했다. 정부 예산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우리나라 벤처투자시장 규모가 미국·이스라엘 등 주요국 대비 태부족하다. 미국과 이스라엘 투자규모는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0.22%와 0.66%다. 우리나라 0.1%와 비교해 크게 높다. 모태펀드가 시장 활성화에 한몫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모태펀드) 역할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미국 벤처투자 시장은 연기금(42%)·금융권(23%)·학교재단(20%)이 주도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정부(모태펀드)가 33%로 가장 많다. 금융권(21%)·일반법인(16%)·벤처캐피털(14%)·연기금(12%) 등이 뒤를 잇는다. 대학을 포함한 민간 참여가 부진한 셈이다. 이유는 고위험(리스크) 인식이다. 손실 불안감이다. 시장 실패 영역이다.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책자금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기술기업은 코스닥 시장 침체로 어렵다. 투자시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산업 육성을 위해 벤처투자 규모를 GDP기준 미국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재원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모태펀드 자펀드 신규투자 규모(단위:억원)
※자료:한국벤처투자(1월 말 현재 누적기준 4조9377억원, 모태펀드는 2005년 6월 출범)
【표】모태펀드 자펀드 업종별 투자실적(단위:억원,%)
※자료:한국벤처투자(1월 말 현재)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