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19>이동 과녁 맞추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2년 4분기 지식재산권 동향

특허 지식은 일반적으로 상식과 부합하지만 때로는 상식과 반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특허란 자산일까 부채일까. 상식적으로 특허란 지식재산으로 자산이다. 그러나 시장과 관련이 없거나 하자가 있는 특허는 유지비용만 들어갈 뿐 부채나 다름없다. 고품질 특허만이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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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특허분쟁에서 5만건 특허를 가진 기업과 3000건 특허를 가진 기업 누가 이길까. 상식적으로 다수 특허 보유 기업이 이길 것 같다. 그러나 법원에서의 특허 소송은 일반적으로 10개 미만 특허로 싸운다. 마치 삼국지에서 양쪽 군사 숫자에 관계없이 장수끼리 전투가 전쟁을 좌우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소수 정예 고품질 특허를 보유하는 쪽이 이긴다.

고품질 특허 중에 원천 특허가 있다. 선행 연구 개발 결과를 특허화해 시장에 적용하는 특허가 원천 특허이다. 원천 특허는 상식적으로 일찍 등록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늦게 등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경우는 국제 특허를 출원한 다음 시장에서 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권리 범위를 정조준해 특허를 늦게 받으면 원천 특허를 만들 수 있다. 즉 원천 특허 확보는 움직이는 과녁 맞추기 게임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나오기 전 국내에서 싸이월드 등 소셜네트워크가 먼저 개발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천 특허를 우리나라에서 가졌지만 당시 국제 특허를 등록을 하지 않아 원천특허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글로벌 기업은 개념을 특허화해 특허 출원하고, 시장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린다. 경쟁사가 눈치 채고 회피 설계하지 않도록 회사 이름이 아니라 개인 이름으로 출원한 다음, 등록 단계에서 회사로 명의 변경을 한다. 예컨대, 애플은 모바일폰이 전자지갑으로 쓰이는 경우를 특허화하고 각자 비용을 내는 기능까지도 특허 청구항에 잡혀있다.

원천 특허 확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른 출원이다. 특허란 기술적 아이디어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불완전 하더라도 일찍 출원하는 쪽에 권리를 부여한다. 늦게 출원하면 완전하더라도 선행기술로 무효가 될 수 있다. 남보다 빨리 출원하는 방법은 창조적 아이디어가 있으면 반복된 회의를 통해 발명으로 구체화해 출원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아이디어에 자본을 투자하는 창의 자본의 개념이다.

국가 지원 연구개발 결과도 원천 특허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가 과제의 경우, 과제가 끝나면 특허 등록 실적을 성과로 평가한다. 그러나 시장이 형성되기 전 일찍 등록한 특허는 시장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원천 특허가 되기 힘들다. 오히려 출원 특허가 시장에 정조준 할 수 있으므로 가치가 있는데, 과제가 종료되면 예산이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원천 특허 확보를 못하고 있다. 해결 방법은 과제 기간 동안 특허 전문 회사와 계약을 맺어 과제가 종료되더라도 해외 특허 등록을 계속 추진한다면 원천 특허를 만들 수 있다.

창조경제에서 절실한 고품질 원천 특허를 확보하려면, 일반인 상식을 뛰어 넘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므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창조 인력과 지식재산 전문가의 협조로 정확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충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chungkonk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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