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공백 장기화가 현실화됐다. 미래창조과학부 핵심 기능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2월 임시국회에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새누리당이 3월 임시국회 소집 요청서를 단독 제출했지만 여야간 견해차가 너무 커 3월 임시국회에서도 신속한 처리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국 파행이 새 정부 출범 8일째이자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5일에도 지속되면서 결국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이날 마지막 핵심쟁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무 이관을 두고 물밑 접촉을 계속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SO 인·허가권을 미래부에 넘기는 대신 방송중립 특별법을 만드는 새 방안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SO 인허가권은 방송통신위에 두고 상반기 중 방송산업진흥 특별법을 만들자고 맞서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새누리당은 이날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요청서를 단독으로 제출했다.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민주당과 함께 제출하자고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불응해 단독으로 제출했다”며 “(민주당이) 안 하겠다는 건 아닌데 오늘은 못 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정부조직법은 8일부터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3월 임시국회에서나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쟁점에 대한 여야 견해차가 커 3월 임시국회에서도 신속한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출범한 지 9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조직을 꾸리지 못한 새 정부의 표류가 장기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7개 부처 장관 내정자 중 이날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예상되는 인사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를 비롯해 8명으로 절반에도 못미친다.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는 내정자 인사청문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미래부는 후임 장관을 다시 인선해야 하기 때문에 부처 업무 공백이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장·차관 임명 등이 마무리되려면 3월 말까지 국정 파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5일에도 정기 국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차례 연속 국무회의가 취소됐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직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고 새 장관이 한 명도 임명되지 못했다”며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출범을 안 한 상태로 볼 수 있다. 국무회의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청와대에서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만 열렸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내부적으로 내각 부재에 따른 `비상국정계획`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된 장관들과 함께 임시적으로 국무를 챙기고 청와대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주축이 돼 각 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수석대행 체제` 방안이 논의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