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라믹기술원(원장 김민)이 잇따라 차세대 신소재를 개발하며 바이오·환경 소재 국산화에 물꼬를 텄다. 최근 세계 각국이 신소재 기술 확보전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주목된다.
3일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에너지환경소재본부 서원선·임영수 박사 연구팀이 `광촉매 신소재`를, 기초소재융합본부 장정호 박사 연구팀이 `자성 나노다공성 세라믹 소재`를 각각 개발했다고 밝혔다.
광촉매는 태양광 등 빛을 쬐면 주변 유해 물질을 분해하는 기능성 소재다. 그동안 광촉매로 사용된 이산화티탄(TiO2)은 자외선 영역에서만 반응하고, 빛이 없으면 분해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워 효율이 낮았다.
서원선·임영수 박사 연구팀은 일산화티탄(TiO)에 질소를 첨가한 나노 구조 신물질을 개발했다. 형광등 같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분해 특성은 기존보다 최고 30배 이상 향상시켰다. 복잡한 공정을 단순화해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세라믹기술원 관계자는 “고온에서 암모니아 가스를 사용해 이산화티탄을 일산화티탄으로 환원하는 간단한 공정으로 신소재를 구현할 수 있다”며 “효율성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장정호 박사 연구팀은 자성을 부여한 소재에 바이오마커(Biomarker)를 대량으로 고정해 신속하게 질병을 진단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바이오마커는 핵산, 단백질, 대사물질 등 생물체의 특정 질병 상태를 나타내거나 약물에 대한 생체 반응을 알려주는 표지자다. 바이어마커의 고정 효율이 높을수록 질병 진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기존 질병 진단 소재인 고분자 복합 나노입자 바이오마커는 고정 효율이 낮아 질병 진단 정확도가 70∼80%에 불과했다. 스위스 로슈, 미국 프로메가 등 글로벌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해 비용 부담도 크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이 개발한 `자성 나노다공성 세라믹 소재`는 진단 정확도를 100%까지 끌어올렸다. 원심분리, 진공흡입 등 부가 공정이 필요 없어 진단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이들 소재는 신종인플루엔자, 광우병 등 신속한 진단이 필요한 전염병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국내 제약업체, 벤처기업과 함께 상용화를 진행 중이며 향후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