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티즌은 앞으로 영화·음악·TV동영상 등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내려받거나 공유하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게 된다. 수차례 경고에도 불법 내려받기를 반복하면 인터넷 접속이 아예 차단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2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C넷 등에 따르면 미국 저작권정보센터(CCI)와 주요 ISP는 불법 콘텐츠 다운로더에게 경고를 보내는 `저작권경고시스템(Copyright Alert System)`을 이번 주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2011년 7월부터 추진됐던 이 안은 AT&T, 버라이즌, 케이블비전시스템스, 타임워너, 컴캐스트 등 5개 ISP와 콘텐츠 저작권을 가진 음악·영화 등 미디어 업계가 장기간 격론을 벌인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미디어 업계는 저작권을 보호하면서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영화와 음악 업계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로 수십억달러(약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ISP는 대용량 파일로 네트워크를 독식하는 사용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저작권경고시스템은 P2P(Peer-to-peer)와 비트토렌트 사이트의 트래픽을 스캐닝해 불법 다운로더에게 6단계 경고를 준다는 의미에서 `6 스트라이크` 시스템으로도 불린다.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파일을 공유하는 IP주소를 찾아내 자동으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이 내역을 미디어 기업이 모니터링하고 ISP가 의심가는 사용자에게 경고를 보내도록 하는 식이다.
ISP마다 각기 다른 처벌을 적용하게 되며 전화·이메일로 가벼운 수준의 경고를 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어 3~4단계에는 불법이란 점을 인식케 하고 5~6단계에서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진다.
버라이즌은 6단계 경고에도 수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인터넷 접속 속도를 낮출 계획이다. 컴캐스트는 인터넷 속도는 유지하되 저작권법에 대한 교육용 비디오를 시청토록 한다. 타임워너는 불법 다운로더가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 저작권 침해를 하지 않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다. 대부분 ISP들이 불법 다운로더의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된다.
업계에서는 커피숍 같은 공공장소 와이파이(Wi-Fi)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등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다운로드를 완전히 근절하기에는 미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주관자 측은 만성적인 불법 다운로더를 계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질 레서 CCI 전무는 “벌을 주기보다는 훈계의 의미”라며 “목표는 사용자의 행위에 변화를 주고 관심을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