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이젠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국회 파행으로 출범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한 달째 국회에 묶여 내각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 정부조직법이 처리되지 못한 상태로 출범한 첫 정부라는 오명을 안았다. 26일 예정돼 있던 박근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도 취소됐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다음 주에도 열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관 임명 지연은 물론이고 새로 개편된 청와대 비서실 직제안도 국무회의 결정사항이다.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가진 수석비서관 회의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하지 못한 것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통과 지연으로 임명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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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출범했지만 업무는 올스톱 상태나 마찬가지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은 야당의 반대와 발목 잡기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국정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원활한 업무 진행이 될 리 없다. 업무가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정부조직개편 대상 부처 소속 공무원은 더 하다. 기존 부처에 남아있어야 하는 지 아니면 업무가 이관되는 새 부처로 옮겨야 할 지 고민이다. 근무지도 심각한 고려 대상이다. 과천청사나 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것과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것까지 포함하면 대선 이후 두 달을 허송한 셈이다.

국제정세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우리만 태평한 것 같아 답답하다. 가뜩이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환율 문제는 치명적이다. 엔저와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은 신음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사이에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민생 현안이나 국익 관련 현안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통상 3월부터 시작하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위한 일정도 보류된 상황이다.

27일 일부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됐지만 새 정부의 핵심 부처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은 아직 잡지도 못했다. 자칫 국회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한 인사 청문 요청 후 최대 30일 동안 각료가 임명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설 때다. 2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융합을 통해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금 통과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간접적으로 국회를 압박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여야 시비를 떠나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면 책임과 피해는 고스란히 대통령과 새 정부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국민 행복 시대 실현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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