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 메카`로 알려진 광주 첨단산업단지의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해마다 고속성장을 자랑하던 광주 광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LED시장 미개화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비틀대고 있다. 지난해에만 30여곳의 광주지역 중소기업이 문을 닫거나 개점 휴업했다. 금방이라도 수출물량이 폭주할 것 같던 유럽시장은 그리스, 스페인 등의 재정위기로 꽁꽁 얼어붙었다. `친환경 녹색성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LED 보급정책은 `LED 2060`으로 살짝 이름만 바꿨을 뿐 제자리 걸음이다. LED 시범도시 구축사업도 지난 대선 정국에 묻히면서 `그림의 떡`이 됐다. 광주광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대안을 모색해 봤다.
◇글로벌 경기침체 후폭풍=성장세를 보이던 광주 광산업은 지난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세계금융위기의 후폭풍에 직면했다.
한국광산업진흥회가 지역기업 36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11년 매출은 2조6101억원으로 전년도 2조5400원보다 2.7% 늘어나는데 그쳤다. 해마다 50% 가까이 급성장하던 때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이는 광산업 주력분야인 LED가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고전한 결과다. 민간시장 LED보급이 늦어지면서 자본력과 연구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겐 큰 짐이 됐다.
세계시장의 80%를 점령한 광파워 분배기는 중국의 교란작전과 국내기업 간 출혈경쟁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2000달러에 달했던 웨이퍼 가격은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9월 업체들이 공정경쟁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참여기업 이탈로 현재가격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기업은 생산인력의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아예 광파워 분배기 사업을 접고 업종전환을 추진 중인 회사도 다수 파악됐다.
스플리터 제조기업 A대표는 “중국 등 세계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한 스플리터 시장이 경기불황과 중국 발주량 감소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며 “단가인하 압박과 제살깎이식 경쟁이 지속되면서 경영난이 가중됐고 지난해 말 6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지원 예산 `뚝`=지역경제 체질 개선과 미래 신성장동력을 삼기위해 지난 2000년부터 육성해 온 `광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3단계 지원정책이 지난해 말 마무리 됐다. 정부는 이 기간 1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 광산업을 자동차·정보가전과 함께 광주의 3대 주력산업으로 키웠다.
현재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이 종료되면서 중앙정부의 광산업 지원예산은 큰폭으로 줄었다. 국가차원의 공식적인 지원이 크게 감소해 과거와 같은 체계적인 지원은 불투명해진 상태다.
당장 올해부터 호남광역선도사업으로 지원하는 40여곳을 제외하고는 기업지원도 대부분 사라졌다. R&D를 비롯해 마케팅, 판로개척, 경영지원 등을 중소기업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기업지원기관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규 사업과 예산이 줄다보니 사업 축소와 몸집 줄이기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일부 기관의 경우 고육책으로 인력 구조조정까지 나섰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지금까지는 광주광산업 전반에 대해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지원이 크게 줄었다”며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국가단위의 광산업 발전로드맵에 광산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지역 특화사업에서도 빠져=광주시가 지난해말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신지역특화산업 후보군 명단에도 광산업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원대상이 한정된 호남광역선도산업과의 중복성 문제로 참여 자체가 어려워진 셈이다.
광주 신지역특화산업 총괄기획위원회는 지역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지역대표산업으로 스마트가전산업을 비롯해 복합금형산업, ICT콘텐츠산업, 디자인융합산업, 생체용소재부품산업을 선정했다.
신지역특화사업은 광주시와 지식경제부가 지역 산업여건과 특화자원 등을 고려해 지역특성에 맞게 육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0년부터 추진된 지역전략산업 일부와 기존 특화산업 등을 통합해 2013년부터 확대 추진된다.
신지역특화산업 후보 선정에는 사업체 종사자 집적도, 지역내 특화도, 성장성 등을 충족하고 광역선도산업과 중복여부, 현재 추진중인 지역특화산업 등이 고려됐다. 신지역 특화산업에 선정되면 시는 새해부터 2015년까지 3년간 1단계로 총 99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스마트가전산업 등 신지역특화산업의 연구개발과 기업지원서비스를 집중지원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략산업진흥사업이 종료됐지만 광산업은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에 포함돼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며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광관련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광융복합기술사업화 등에 25억원의 시비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산업, 융·복합으로 승부해야=광산업은 의료, 자동차, 농업, 조선 등 타산업과의 융·복합이 용이한 산업이다. 신시장을 만들 수 있고 일자리 창출과 같은 시너지 효과도 크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기술력 가운데 최소 한가지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계 특성상 자본력이 없으면 기술력 확보가 쉽지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광산업 산업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박근혜 당선인의 호남권 대표공약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는 광산업과 기존산업과의 새로운 융합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에 활용되는 최첨단 통신기술과 전장제품, 디스플레이, LED조명 등이 광산업과 궤를 함께하기 때문이다.
광산업과 자동차산업과의 R&D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올해 광주로 이전하는 에너지기술연구원과 전기연구원 등 신규이전기관과 기존 광산업 지원기관간 소통채널과 협조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모델 개발도 시급한 과제다.
기아자동차와 LG이노텍,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중소기업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유기적 공조체제가 필요하다.
정부의지도 중요하다. `될성부른 새싹`을 키우기 위해 R&D와 판로개척, 마케팅 지원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과 사업비만 축내는 `나쁜기업`은 철저히 가려야 한다.
광주=서인주 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