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을 앞두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 제조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고향을 방문한 후 회사로 복귀하지 않는 현지 직원 비중이 20~30%에 육박할 정도로 `춘절 후유증`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선물 공세는 물론이고 온갖 인센티브를 내걸며 직원들을 회사 업무로 복귀시키는 데 안간힘을 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9~15일) 연휴 후 업무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직원이 많아지자 현지 진출한 기업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춘절 이후 직원 이탈률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제조 기업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우선 인력 공백으로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숙련공이 비운 자리를 새 직원으로 채우는 동안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제품 불량률도 높아진다.
통상 2·3분기는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공장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춘절 후유증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 인력 수급이 원활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피해가 더 크다. 콘덴서 제조업체 한 사장은 “춘절 이후 새 직원을 뽑아 훈련시키면 연말까지 생산성이 쭉 상승하다 춘절 이후 하락하는 사이클이 고착화됐다”며 “해가 지날수록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기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직원들을 잡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춘절 직전에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는 한편, 상당 금액의 보너스도 지급한다. 보통 보너스를 50%만 지급하고 복귀한 후 50%를 지급한다. 보너스만 챙긴 후 복귀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광학 부품 업체 한 사장은 “지난해 고향행 버스가 한 대씩 출발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다 보니 세 시간 넘게 걸렸다”며 “어깨가 결려 일주일 동안 고생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직원들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매달 복권 추첨 행사를 진행해 이직률을 낮추고, 춘절 후유증을 예방하는 기업도 있다. 직원과 회사가 절반씩 돈을 내 매달 복권을 추첨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복권 추첨 행사 이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복권에 당첨돼 목돈을 손에 쥔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기 일쑤지만, 나머지 직원은 부자의 꿈을 안고 회사를 다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임기응변식으로는 치솟는 인건비와 인력 수급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 내 인건비 상승으로 근로자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힘든 일을 안 하려는 풍조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공장 자동화로 인력 비중을 낮추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