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일대가 소비자 가전 브랜드의 격전지가 됐다. 삼성, LG의 대형매장에 소니, 파나소닉, 밀레 등 해외 유명 가전업체까지 한데 모여 강남전성시대를 열었다.
압구정, 청담, 강남일대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가 높은 만큼 국내외 가전 브랜드가 첫 번째로 공략하는 시장이다.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강북과 달리 정보통신(IT) 신기술이나 유행에 민감한 강남은 구매층은 넓지만 공략하기 까다롭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공청소기 하나만 해도 강북은 씻기만 하면 되는 영구 필터 방식의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것에 반해 강남은 비용은 더 들더라도 간편하게 필터 교체가 가능한 고가 제품 선호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품 판매에도 기능 위주 제품 설명보다 체험이나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늘리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가전업체들은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강남에 매장을 열어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브랜드 이미지에서 프리미엄 입지를 다지는 것을 노렸다. 체험매장에서는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특화된 VIP 서비스를 제공하는 감성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도산대로에 대형 매장을 확대 오픈해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오픈 100일을 맞았다. 이들 매장은 제품 구매 목적만이 아니라 최신 IT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스마트 문화 체험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건물 외벽에 미디어월을 운영하거나 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해 눈길을 끄는 `랜드마크`가 되는 데도 성공했다.
수도권 최대 매장인 디지털프라자는 휴대폰, 카메라, 등 전략상품 위주로 체험매장을 꾸민 것이 특징이다. 사진전 및 특강도 수시로 열린다. 500평 규모의 LG전자 베스트샵은 마치 명품매장처럼 직원의 1:1 상담 서비스와 라운지 휴식공간을 즐길 수 있다. 젊은 고객을 고려해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 트릭아트 전시 등이 인기가 높다. 기업이미지 상승은 물론이고, 한 자리에서 전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체험 매장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2001년에 문을 열어 `터줏대감`격인 소니스토어도 지난해 재개장했다. 글로벌로 진행하는 `브랜드 체험` 컨셉의 매장 리뉴얼에서 국내 매장이 첫 사례가 됐다. 캐논도 플래그십매장 캐논플렉스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열어 무한도전 사진전 개최를 비롯해 전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밀레코리아는 역삼동 본사 1,2층에 마련된 전시장 `밀레하우스`에서 체험 행사로 고정팬을 확보했다. 식음료 브랜드와 공동으로 유명 요리사를 초청해 요리 교실 이벤트를 여는 것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든 커피를 제공하기도 한다.
윤일숙 밀레코리아 마케팅팀장은 “방문객들에게 제공하는 커피는 원두도 직원들이 미리 시음해 좋은 제품으로 고른다”며 “똑똑한 국내 소비자에 맞춰 직원 서비스 교육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