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15>묵시적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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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분쟁은 창과 방패를 이용한 공격과 방어의 연속이다. 원고 측이 직접 침해로 공격하면 피고는 비침해로 대응한다. 피고는 특허가 무효라고 역공격하면 원고는 상업적 성공을 이유로 특허가 유효라고 방어한다. 원고가 간접침해라고 공격하면, 피고는 어떻게 방어할까. 미국 간접침해에는 두 가지가 있다. 특허가 적용되는 완제품을 제조 판매하지 않더라도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경우 성립하는 기여 침해가 있고, 타인에게 특허 침해를 부추기는 유도 침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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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 침해는 `묵시적 라이선스`로 항변할 수 있다. 특허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그 제품에 대해서만은 특허를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특별히 명시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갖는데, 이를 묵시적 라이선스라 한다. 특허 제품의 부품을 구입하더라도 특별한 부품이라면 특허를 실시할 권리를 갖는다. 예컨대, 특허가 배터리 연결용 볼록잭과 오목잭의 조합이라면 오목잭이 설치된 카메라를 산 사람은 특허를 실시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므로 볼록잭을 장착한 배터리백은 특허권자 허락을 받지 않은 회사 제품을 써도 상관없다.

특허권자인 제니스(Zenith)는 자사 TV를 제어하는 리모컨 특허(US 4,425,647)를 등록했다. 특허는 리모컨에서 송신하는 신호를 TV수신기가 받는 시스템이다. 유니버설 일렉트로닉은 제니스 TV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 TV를 제어할 수 있는 통합리모컨을 팔았다. 통합리모컨으로 제니스TV도 제어가 되므로, 제니스는 유니버설을 특허 침해로 고소했다. 특허는 TV와 리모컨의 조합인데 리모컨만 제조 판매하므로 직접침해는 성립하지 않으므로, 간접침해 일종인 기여침해로 고소했다. 기여 침해가 성립하려면 직접 침해가 존재하고, 대상 제품이 특별 제작된 핵심 부품이어야 하고, 비침해 용도가 가능한 다용도 물품이 아니어야 한다.

소비자는 통합리모컨을 고장 나거나 분실한 경우 집안에 혼란스럽게 많은 리모컨 숫자를 줄이기 위해 구매한다. 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당연히 고장 난 부품을 수리 교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제니스 TV 구입자는 리모컨이 고장 난 경우 통합 리모컨을 사서 교체할 권리가 있다. 소비자가 직접 침해를 하지 않으므로 간접침해도 없다. 특허 제품을 사면 묵시적 라이선스에 의해 부품을 대체할 권리가 있다. 단, 대체를 해 전체 특허 제품의 사용기간을 늘리면 안 된다. 잃어버린 리모컨을 대체한다고 해서 TV전체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특허제품을 사면 묵시적 라이선스에 의해 제품에 한해서 특허를 실시할 권리가 있다. 리모컨 개수를 줄이기 위해 통합리모컨을 더 사용한다고 해서 제니스 TV를 다른 TV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품에 한정된 라이선스를 넓히는 것이 아니다.

또 통합리모컨은 제니스TV를 제외한 다른 TV제품과는 침해 문제가 없으므로 비침해 용도가 가능한 다용도 물품으로 볼 수 있다. 기여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만일 제니스가 리모컨만 따로 특허를 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례에서 보듯이 특허 제품이 부분으로 구성되어 따로 사업이 가능한 경우, 부품도 특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충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ck.ko@i-disco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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