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총액 30억달러, 세계 1위 3D 프린터 업체가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선다.
3D 프린터는 종이를 인쇄하는 것처럼 3D 콘텐츠로 제작된 컴퓨터 파일을 실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으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외부에서 재료를 깎아 만드는 방식과 달리 내부가 비어있거나 항공기에 쓰이는 정교한 부품도 만들 수 있다.
◇앞선 3D 프린팅 기술로 아시아 선점=스트라타시스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오브젯과 합병을 완료하고, 첫 번째 공략 대상으로 아시아 시장을 점찍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이 제조업 분야에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스트라타시스의 3D 프린팅 솔루션은 세계 약 800개 기업에서 활용한다. 분야도 자동차, 항공우주, 가전, 완구, 장신구 등 다양하다. 한국 시장은 초기 도입단계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삼성, 현대모비스,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주요 고객이다.
스콧 트럼프 스트라타시스 이사회 의장은 “3D 프린터는 3D 콘텐츠를 시제품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어 제품 개발에서 시장 출시까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개인 디자이너나 학교에서도 널리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스트라타시스는 CT, MRI 등 의료정보의 디지털화로 메디컬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환자 개인을 위한 맞춤형 의료보조기구를 편리하게 제작할 수 있다. 국내에도 기존 유통파트너에 치과기자재 유통업체인 메디코디, PD치과상사가 새로 합류했다.
스트라타시스는 나아가 소음과 냄새, 비용을 줄이고 정교함을 강화해 3D 프린팅의 대중화를 앞당긴다는 포부다. 3D 캐드, 오토데스크 등 3D 소프트웨어 대중화에 발맞춰 3D 프린터 보급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데이비드 레이스 스트라타시스 대표는 “시장에 보급된 3D 프린터를 다 합쳐도 모두 4만여개 수준인데, 3D 캐드 사용자는 500만명이 넘는다”며 “디자인과 생산을 함께 할 수 있어 3D 프린터는 산업디자인의 혁신을 이끄는 아이디어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에서 동지로 하나 되다=스트라타시스는 3D 프린터 시장 확대를 앞두고 경쟁자끼리 손잡은 드문 사례다. 합병 전 스트라타시스는 3D 프린팅 업계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업이었다. 오브젯은 획기적 기술인 폴리젯(PolyJet) 방식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었다.
양사는 합병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데스크톱형 소형 모델부터 생산 공장의 시제품을 위한 대형 모델까지 전 라인업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선도기업간 협력으로 안정적 시장대응이 가능해진 셈이다.
경영진도 `전략적 동거`에 들어갔다. 오브젯의 전문경영인이었던 데이비드 대표는 합병된 스트라타시스의 대표가 돼 시장 확대의 임무를 맡았다. 스콧 트럼프 스트라타시스 의장은 큰 그림을 그리며 합병회사의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스콧 의장은 스트라타시스의 핵심기술인 FDM(Fused Deposition Modeling)을 아내와 함께 직접 개발한 창립 멤버이자 대표였다.
데이비드 대표는 “합병 전 두 회사는 모두 3D 프린터 분야에서 세계 1위 회사로 상호보완적 인프라를 가졌고 기업문화가 비슷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스콧 의장은 “합병으로 양사가 보유한 특허만 500개가 넘고 선진적 기술을 공유할 수 있어 더 많은 기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라타시스는 지난 달 24, 25일 양일간 합병 완료 이후 처음으로 홍콩에서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와의 만남을 가졌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태 지역 파트너 1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신제품을 확인하고 마케팅 영업 전략을 논의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