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베끼기 논란이 한창이다. 대표 사례가 CJ E&M이 내놓은 `다함께 차차차`다. 실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지만 논란 당사자인 CJ E&M, 표절을 당했다는 소니 모두 불편한 감정이다. 당사자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논란 자체가 부러운 이들도 있다. 눈치 보지 않고 피해를 이슈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힘 있는 기업이란 뜻이다. 대기업이 유사 서비스를 선보여도 하소연조차 하기 힘든 스타트업 얘기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모방한 대기업 서비스가 속속 등장한다.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힘들게 사업화를 진행한 스타트업로선 속 타는 일이다. 서비스 품질은 자신 있다. 문제는 마케팅이다. 하루 수백개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서비스가 우수해도 성공은 결국 마케팅에 달렸다.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은 많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도가 유일하다. 미디어 노출도 쉽지 않다.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100여개 언론사에 무작정 소개 메일을 보냈다는 스타트업도 많다. 대기업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다. NHN은 네이버모바일 페이지를 통해 앱을 홍보한다. 네이버모바일로 유입되는 엄청난 트래픽에게 직접 홍보할 수 있다. 스타 마케팅도 가능하다. `네이버 굿모닝`에는 소녀시대가 등장한다. 이런 대기업이기에 스타트업이 느끼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대기업 서비스에 혁신이 있으면 자극이라도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자체 개발도 아닌 외주로 유사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물론이고 광고 카피까지 그대로 모방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으로선 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겠지만 한 프로젝트에 전력투구한 스타트업에겐 허무한 일이다.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실리콘밸리를 배우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리콘밸리에선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 소식이 귀하지 않다. 유사 서비스를 내놓는 것보다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스스로에게 도움이란 걸 대기업이 알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은 단순히 서비스만이 아니라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든 우수 인재를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10년만에 찾아온 벤처 열풍 조짐이 대기업의 서툰 유사 서비스에 꺾이지 않을까, 약간의 기우조차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