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 안전은 장관급, 국민안전은 차관급?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시질 않는다. `선수`와 `심판`을 한 곳에 둘 수 없듯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촉발된 이슈다.

실제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방송통신위원회가 관장하던 최소한의 규제업무는 방통위에 그대로 존치시켰다. 대신 진흥업무와 다른 부처에 흩어진 ICT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원자력 부문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규제를 담당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래부로, 진흥업무의 주력기관인 원자력연구원은 다른 부처(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길 것이라는 얘기다. 주객 전도다. 더욱이 5000만 국민의 안전을 다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위상이 내려앉았다. 반면 차관급이던 대통령 경호실장은 장관급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원자력연구원은 그동안 차세대 원자로 연구 등 기초· 원천 R&D와 함께 원자로를 이용한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방사선 의학, 방사선 육종 재배 등에 열을 올려 왔다. 본류보다 지류가 더 커진 흐름과 함께 원자로의 해외수출이 탄력을 받으며 산업지원이 보다 절실해 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산업 논리라면 원자력연구원보다 산업에 더 가까이 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나 ETRI부터 산업통상자원부로 보내야 한다. 한국화학연구원이나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모두 다른 부처로 보내야 한다.

출연연을 왜 굳이 한 곳에 모아두려 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미래부 밑에 ICT를 함께 엮어 놓은 것도 융복합화의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것 아닌가. 만약 원자력연구원이 산업화와 가깝게 있다고 판단한다면, 미래부내에서 기초 쪽이 아닌 산업응용쪽으로 묶어 운용하면 될 것이다.

원자력연을 출연연과 함께 묶어 놓는 것은 효율적인 관리 측면에서도, 과학기술계와 소통측면에서도 옳다. 늘 문제는 무엇이 어디에 있느냐보다 운용하는 사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규제의 전문성과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립행정체제로 가는 게 맞다. 원칙을 지키면 뒤탈이 없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