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도를 넘었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가계소비지출 중에서 통신비 비중은 무려 6%에 달했다. OECD 평균은 2.7%로 우리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만하면 국민이 통신비에 민감할만하다. 서민들은 한 푼이라도 아쉬운 형편이지만 폭등하는 통신비만큼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 그렇다고 이동전화 이용이 생활화된 상황에서 무작정 안 쓸 수도 없다. 더군다나 통신시장의 독과점 체제가 고착화된 기형적 국내 통신산업의 구조 하에서는 이용자들의 선택권도 그리 넓지 않다. 이용자들은 단말기를 싸게 구입하는 대가로 이통사가 제시하는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통신비 문제는 정치권의 단골 이슈가 된지 오래다. 지난 대선에서도 모든 후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거론했다. 물론 이제까지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아이디어는 수도 없이 많았다. 이동통신 가입비와 기본요금을 인하 또는 폐지하거나 알뜰폰(MVNO)과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등 솔깃한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나치게 복잡한 무선 통신요금체계로 인한 이용자 선택권이 약화된 상황에서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통신비 왜곡의 핵심은 보조금이다. 국내 통신시장은 요금과 서비스 경쟁보다 보조금과 마케팅 경쟁이 중심이 되는 왜곡된 시장이다. 시장을 장악한 통신사는 제조사와 담합해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기만해 왔다.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통신시장 왜곡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복잡하게 설계된 요금제도 문제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음성, 문자, 데이터 등의 요금체계로 세분화된 복잡한 요금체계가 단말기 보조금과 얽히면서 자신이 정말로 적정한 가격에 이용하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시장을 요금과 서비스 경쟁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다. 최근 도입돼 저렴한 통신비로 인기를 얻고 있는 MVNO를 활성화해서 전체 이동통신시장이 요금과 서비스로 차등화되는 시장 구조를 만들고, 이용자들이 선택적으로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자는 발상이다.
국내 MVNO 시장은 2%에 불과하다.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동통신서비스의 유효경쟁이 가능하게 MVNO 시장이 선진국처럼 20% 정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MVNO 활성화 정책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도매제공대가를 인하해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의 통신상품이 만들어지는 초석이 돼야 하며, 정부는 비대칭규제를 통해 MVNO사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로 기존 통신사들과 경쟁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몇 년에 한번 그것도 몇 만원에 불과한 가입비 인하 또는 폐지를 하면 국민이 통신비 인하로 받아들인다는 발상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고착화된 국내 통신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경쟁체제로 변화시켜야만 독과점 지위를 가진 이통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과다한 이익 챙기기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다.
온 가족이 휴대폰을 바꾸려면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 거액이 드는 나라가 IT강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등록금은 4년만 지불하면 되지만 휴대전화는 남녀노소 온가족이 평생 사용한다는 점에서 서민 체감 비용은 훨씬 클지 모른다. 서민경제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통신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kimkw-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