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時) 읽어봤어?” 촌철살인 SNS 시인 ‘주목’

‘뭐가/ 뭔지’ (‘연말정산’)

“단 네 글자여도 좋다. 읽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이 시(時)다”

시인이자 회사원인 하상욱(31) 씨의 말이다.

하상욱 씨의 시를 읽고 있자면 ‘촌철살인’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끝이 어딜까/ 너의 잠재력’ (‘다 쓴 치약’)

‘나한테 니가/ 해준게 뭔데’ (‘수수료’)

지난 25일 전자책 ‘하상욱의 공감시집, 서울 시’ 3권을 리디북스에서 출간 한 하상욱 씨는 이미 인터넷과 SNS 상의 유명인이다. 지난해 9월과 10월 선보인 ‘하상욱의 공감시집, 서울 시’ 1, 2권은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으며, 매주 올리는 연재물은 페이스북을 통해 1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받아 본다.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에 대해 하 씨는 “전자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하 씨에 따르면, 그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1, 2편 씩 시를 올리는 것으로 시인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공개한 두 줄짜리 시 ‘잠(‘넌, 필요할 땐 내 곁에 없어/넌, 바쁠 때만 날 괴롭히지’)’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며 ‘SNS 시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다른 시 ‘애니팡(‘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 듣게 돼’)’은 그의 이름 세 자를 시인으로 각인시키는데 단단히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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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그의 작품을 접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리디북스’가 손을 내밀면서 상황은 빠르게 변화했다. 리디북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의 작품이 공개되고, 전자책으로 묶여 배포되면서 그를 하루아침에 유명인으로 떠오르게 한 것이다.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인 리디북스는 다름 아닌 그의 직장이다. 리디북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는 (그에 따르면) ‘평범한 직장인’인 하 씨에게 동료들은 콘텐츠를 전자책으로 엮을 것을 제안했고, 그렇게 ‘하상욱의 공감시집, 서울 시’가 탄생했다.

이에 대해 하 씨는 “단기적 득실에 집착하기 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제 개성과 능력을 극대화시켜주었던 회사에 참 고맙다”며 “철저하게 직원 각각의 재능을 살리고 격려하는 분위기야 말로 ‘서울 시’가 나올 수 있었던 토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 측도 ‘하상욱 효과’를 톡톡히 본 게 사실. 리디북스 마케팅팀의 신상훈 팀장은 “소셜 미디어와 전자책에 알맞은 콘텐츠를 발견하고 그것을 작가나 출판사들과 함께 기획, 서비스 해 나가는 가능성을 발견한 게 ‘서울 시’ 성공의 가장 큰 의의”라며 “이런 시도가 국내 전자책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서울 시’는 전자책에서 성공을 거둔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종이책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출판사 중앙북스에서 25일 발간된 ‘서울 시’ 에는 하 씨가 발표했던 시들을 비롯해 미발표작 100여 편의 그림과 시, 산문이 덧붙여진다.

이에 대해 하 씨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구분을 단기간에 없애기는 힘들겠지만, 책의 형식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더욱 쉽게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게 맞을 거라고 본다. 이런 면에서 ‘서울 시’가 긍정적인 선례로 남게 되길 바란다”며 “여타 출판사들도 전자책을 종이책의 테스트 마켓(test market)으로 활용하면서 SNS를 이용하는 독자들과 호응할 수 있는 다채로운 방식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총 18편이 시가 실린 40페이지 분량의 ‘하상욱의 공감시집, 서울 시’ 3권은 리디북스 서점(ridibooks.com)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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