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이 좁다]강신철 네오플 대표

“아직 피처폰을 씁니다. 휴대폰의 기본인 전화와 문자를 배터리 걱정 없이 가장 잘 쓸 수 있거든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게임사들이 저마다 모바일 사업으로 새 시대를 대비하고 있지만 우리가 잘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분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네오플만의 색깔을 빛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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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철 네오플 대표는 자신의 까만 폴더폰을 `척` 접은 후 바지 주머니에 밀어 넣으며 빙그레 웃었다.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서비스하는 `던전앤파이터` 덕분에 강 대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주 연락해야 한다. 피처폰은 충전 없이 2~3일간 너끈하게 통화와 문자를 할 수 있어 안성맞춤이다.

던전앤파이터는 한류 게임의 대표주자다. 출시 5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에서 동시접속자가 300만명에 달한다. 중국 현지에서 연간 5000억원을 훌쩍 넘는 매출을 낸다고 전해진다. 네오플이 받는 로열티만 2000억원을 웃돈다. 수익률은 80% 이상이다. 게임 하나가 중형 자동차 수십만대를 팔아야 얻을 수 있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네오플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은 2008년 넥슨에 인수된 것이 주효하다. 당시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했으나 넥슨 인수 후 3년 만에 기업 규모가 4배 이상 커졌다.

실제로 네오플은 2008년 매출 580억원, 영업이익 399억원 규모였으나 넥슨 인수 후 2009년 1558억원, 2010년 2117억원, 2011년 293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11년 2117억원으로 2008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강 대표는 “넥슨에 인수된 후 네오플이 해외 사업에 날개를 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넥슨 인수 전에도 네오플은 성공한 개발사로 평가받았지만 국내 시장의 성공을 해외로 잇기에는 부족했다.

당시 강 대표는 넥슨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인수 직후 살펴보니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서비스 계약만 체결했고 본격적인 서비스는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넥슨이 보유한 글로벌 사업 경험을 토대로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서비스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성장했다. 실제로 게임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0~30% 수준인데 비해 네오플은 70%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네오플은 꾸준히 성장 가도를 달린 셈이지만 사실 피인수 후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핵심 인력을 유지한다는 계약 조건이 만료하면서 다수 임직원이 회사를 빠져나갔다. 넥슨에서 일부 인력이 이동했지만 조직 분위기가 흔들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강 대표는 “2010년 부임 직후 최대 목표는 조직 안정화였다”고 말했다. 또 “핵심 인력은 이탈했지만 기존 네오플만의 조직 문화가 계속 유지됐고 이는 상당히 장점이 많았다”며 “기존 조직문화를 그대로 살리면서 넥슨의 문화와 잘 어우러졌기 때문에 시너지가 컸다”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올해를 네오플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던전앤파이터와 사이퍼즈가 큰 인기를 얻었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안정적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국은 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이다. 지속적인 서비스 강화와 콘텐츠 업데이트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롱런 게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바람이다.

그는 “올해 중국에서 사이퍼즈를 성공적으로 서비스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사이퍼즈가 `제2의 던전앤파이터`가 될 수 있도록 현지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사이퍼즈와 던전앤파이터가 주력이라면 국내에서는 신작 게임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하는게 관건이다. 네오플은 올 봄에 2K스포츠와 공동 개발한 `프로야구2K` 서비스를 시작한다. 심혈을 기울인 차기 개발작 프로젝트도 내달 중 공개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던전앤파이터는 네오플의 성공을 이끈 대표작이지만 한 작품 위주로 실적이 치우쳐 장기적 성장 토대가 부족하다”며 “다작 전략은 아니지만 신작 라인업을 통해 점진적으로 매출 다변화를 꾀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피처폰만 쓰지는 않는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까지 총 3개 휴대폰을 사용한다. 아이폰으로 모바일 메신저와 검색 기능을 주로 이용하고 안드로이드폰은 모바일 게임용으로 쓴다. 한 손에 피처폰과 아이폰을 늘 소지하고 안드로이드폰은 손가방에 넣고 다닌다.

강 대표는 게임 시장의 무게중심이 모바일로 쏠리고 있지만 아직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봤다. 특히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방식의 접근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네오플은 아직 뚜렷한 모바일 게임 사업 계획이 없다. 연내 모바일 게임 출시 계획을 앞 다퉈 말하는 경쟁사들과 다른 행보다.

그는 “모바일에 특화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네오플만의 모바일 사업을 위한 첫 시도에 나선다. 모바일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모바일 게임이든 애플리케이션이든 재미있으면 모두 게임에 속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 대표는 “네오플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들과 비슷한 것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자 위주의 게임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네오플이 올해 보여줄 첫 모바일 작품은 `야심작`이라기보다 `실험`에 가깝다.

네오플은 자사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개발사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5년 개발한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약 8년이 지난 지금까지 PC방 점유율 10위 안팎을 오가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대전액션과 공성전을 결합한 AOS 장르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이퍼즈` 역시 20위권에 속하는 인기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약력

1995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1999년 넥슨 입사

2001년 자회사 엠플레이 대표이사 및 넥슨 기술지원본부장

2006년 넥슨 공동대표이사

2010년 네오플 대표이사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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