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요즘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의 심정이 딱 이럴 것 같다. 이명박 정부 최대의 공룡부처가 돼 본의 아니게 공무원 사회 공공의 적이 된 지식경제부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변화의 한 가운데 섰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해 정부조직개편안 연구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지식경제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입김을 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직간접적인 로비가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드라이하게 업무에 대한 설명만 있었다고 한다.

새 정부에서 지식경제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이름을 바꾸면서 5년 전 합쳐진 과학기술부의 일부 연구개발(R&D) 업무와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IT)·우정업무를 신설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다시 내주고 15년 전 외교통상부로 넘어간 통상교섭본부를 받게 된다. 통상업무가 추가됐지만 본연의 산업정책과 에너지자원 업무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대한민국 산업의 중단기 미래 먹거리를 담당해 온 산업기술 R&D와 산업을 스마트하게 업그레이드 하는데 기여한 IT 업무가 다시 분리돼 새 조직에서 업무 공백 없이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공무원 사회는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만큼 큰 업무 공백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처가 새로 생겨나고 공무원 소속이 바뀌는 과정에서 거치는 허니문 기간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허니문 기간이 길어서는 안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는 이명박 정부 들어 변화가 많은 부처로 꼽힌다. 이질적인 부처와 결합하다보니 잡음도 많았고 효율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부 출범 이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교과부 안에서 과학기술 업무는 위축됐다는 평가다. 교육과 과학기술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의도와는 달리 교육정책에 치인 과학기술인의 사기는 떨어졌다. 누구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성공했다고 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과학기술은 옛 과학기술부로 회귀했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위상을 지니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실질적인 슈퍼 부처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두 축인 창조경제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과학을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인수위는 기초과학기술과 ICT 담당을 분리했을 때보다 한 부처에서 함께 일하게 하면 융합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상적인 생각이다. 업계에서 많이 지적한 대로 단기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을 하나의 틀 안에 넣은 부담은 크다. 5년 후 박근혜 정부의 평가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성패에 달려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성공은 새로 합쳐지는 조직을 유기적이면서도 화학적으로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화학적 융합은 기득권을 버리고 서로 끌어안는 포용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