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계 최고 네트워크?" 껍데기는 가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 `세계 최고 수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다. 새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하다.

그런데 이 공약은 사실 완성형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90년대 이후 단 한 번도 뒤떨어진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한 적이 없다. 물론 박 당선인은 여기에 `한 단계 더`를 외칠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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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세계 최고 네트워크`를 외치는 사이 미국이 우리나라 정부에 주기적으로 공공기관 통신장비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통상 압박을 할 정도면 우리나라가 대단한 시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많이 쳐줘야 연간 8000억원대인 시장이다. 국산 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5%가 채 안된다. 미국이 `푼돈`이나 먹으려고 우리 정부에 압력을 넣은 건 아닐 것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총성 없는 `네트워크 전쟁`을 벌인다. 조금이라도 자국 인프라를 많이 깔고 경쟁국의 확장을 적극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자국 기업의 활로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정보보호 등 여러 복잡한 가치가 걸렸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유형뿐만 아니라 무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추세다.

미국 등 선진국가에 비하면 우리나라 통신장비 산업 경쟁력은 형편없다. 자국 시장에서 정부와 통신사업자가 도와주지 않으면 제대로 비즈니스를 전개하지 못 할 정도다. 여기엔 `글로벌 기업 제품이 좋다`는 편견도 일조했다.

정말 심각한 것은 세계 시장에서 통할만한 기술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다. 대기업은 당장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통신장비 사업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가 ICT강국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멋모르는 이들이 떠드는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ICT 소비강국`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신장비 산업에 패러다임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기존 강자들이 힘을 조금씩 빼앗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와 같은 새로운 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와 업계가 손잡고 입체적인 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할 기회가 열렸다. 새 정부는 허울 좋은 `세계 최고`에 매달리지 말기 바란다. 껍데기를 이제 버릴 때가 됐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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