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여기 여행을 떠난 한 사람이 있습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고, 실적과 싸우고, 친구의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카드 고지서에 마음을 졸이는 한 사람, 바로 이 책의 지은이입니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일상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그 흔한 가이드북 한 권 없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목적지는 일본 후쿠오카.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여행의 목적지는 지은이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만 있다면 말이죠. 그렇게 그는 현실에서 미처 못 보고 지나쳤던 작은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생각 여행`을 떠납니다.
생각 여행, 말 그대로 지나치는 `소소한 풍경을 탐닉하고 가볍게 사색할 수 있는 여행`입니다. 그래서인지 지은이의 여행기에는 숨은 맛집도, 멋진 경관도 없습니다. 대신 후쿠오카 곳곳을 거닐면서 풀어낸 그의 생각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지요.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봤다`가 아닌 일본 후쿠오카라는 낯선 공간에서 `무엇을 생각했고, 떠올렸다`는 짧지만 공감할 수 있는 사색들이 가득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그와 함께 그 곳에 있었던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은이는 소소한 일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생각여행을 추천합니다. `일상을 여행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늘 다니던 거리에 나와 목적 없이 걸어 보는 것이다. 인간은 평소에 목적지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 과정의 기억은 내러티브에서 소멸시켜버리는 버릇이 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뚜렷한 목적지가 없더라도 익숙한 장소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시작이 가능하다는 지은이의 말에 어쩐지 마음은 이미 밖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여행이나 다닐 때인가?`라는 식의 생각을 접을 때 비로소 떠날 수 있다는 지은이의 말에 어쩐지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 작은 일탈을 꿈꾸지만 훌쩍 떠나기에는 어쩐지 부담스럽다면, 저자의 말처럼 버스를 반대로 타고 목적지 없이 떠나는 일상 속 여행이라도 즐기며 올 한해 계획을 다시 한 번 굳건히 해봐야겠습니다.
김으뜸 지음, IWELL 펴냄, 3000원
제공:리디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