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개발자 꿈 접어라" 게임 산업 말아먹는 정부

"창조적 상상력의 젊은 개발자들 꿈 접어라?"

지난 8일 새누리당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한 두 개의 게임 규제 법안에 가슴이 갑갑해진다. 10여년 전부터 온라인 게임은 세계 최고의 창조적 첨단 복합문화산업이라는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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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게임 산업을 키우겠다고 각종 기구와 기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심각한 도박 행위가 가능한 `바다이야기` 사태를 낳았다. 바다이야기는 게임 전체를 도박물로 취급받게 한 장본인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 산업 진흥이 아니라 규제를 위한 법으로 변질되고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과 게임을 분리시키려는 내용을 담았다. 게임 산업을 키우겠다고 시작한 정부 개입은 오히려 도박물을 적법화해 문제를 키우고 고비마다 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사회 발전을 위해 도박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효성이나 관련성, 법적 근거가 현저히 부족한 방법인데도 명분과 정책 결정 권한만을 내세워 과도하게 개인과 기업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전체주의 국가나 `조폭 사회`에서나 가능한 모습이다. 일본에서 2011년 목욕탕 이용 중 사망사고가 1만7000여건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과연 일본이 `목욕탕 사망 예방에 관한 법률`이나 `목욕 과다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까.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 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추상적 이념은 접어두고 합리성과 공정성이라는 상식으로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았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과연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게임의 현황과 이용 형태, 게임 중독원인의 다양성, 청소년의 생활 주기와 게임의 관계, 게임 콘텐츠의 다양성과 게임 이용과정에서의 법률 관계, 게임 산업의 경제 기여도, 게임 개발 및 유통 업체의 영세성 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공부의 노예가 된 청소년의 일상 생활과 놀이 환경에 대한 진정한 고민은 있는가. 자정에 귀가해서 새벽까지 공부를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학생은 박수 받고 부모 명의를 도용해서 자정을 넘어 게임하는 학생은 범죄자인가.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은 본인과 학부모의 책임 영역은 아닌가. 성년의 게임 이용조차 법적 규제를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게임 아이템 거래, 게임 중독 등을 다루는 규제가 진실로 실효성이 있는가.

사이버 공간을 누비며 불법게임과 이용자를 규제할 사이버 경찰력이 있는가. 도대체 수익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매출액 기준으로 기금을 내라는 발상이 가능한가. 기금조성으로 영세한 게임 개발자와 게임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했는가. 게임 산업의 사회적 부작용이 술, 자동차 등 다른 산업보다 심각한가. 게임 산업의 세계화는 포기하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을 조금이라도 숙고해 법안을 발의했다면 그 편협한 사고력에 놀라게 된다. 모르고 발의했다면 무지한 용감함에 다시 놀라게 된다. 법안은 친목회 운영규칙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르면 해결책을 묻든지 가만히 있든지 하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다양하고도 무한한 가능성의 시대지만 게임보다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게임하지 말고 공부하고 일해야만 한다는 법은 허용될 수 없다.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극히 위험하다. 특히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법제화를 주도한다면 그 사회의 다양성은 절망적이다.

게임 산업은 창조적 상상력이 열정에 따라 콘텐츠로 표출되는 문화산업이다. 졸린 눈을 부비며 새롭고 멋진 게임을 만들어보겠다고 컴퓨터 앞에서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며 열정을 쏟고 있는 수많은 우리 젊은 게임 개발자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꿈은 접어야 하는가. 끝없이 이어진 규제에 게임 산업이 지금까지 버틴 것도 기적인데 국회와 정부가 아주 말아먹을 작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정해상 단국대 법학과 교수 minkoo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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