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전자제품 중에는 인체에 가까이 두고 사용하게 되는 것들이 제법 있다. 통화할 때 얼굴 바로 옆에 대게 되는 휴대폰이나 아예 몸을 그 위로 눕히게 되는 전기장판 등이 대표적인 예다.
타이머 설정을 깜빡 잊고 전기장판을 밤새도록 틀어놓고 자는 일도 가끔 생긴다. 이런 경우 아침에 두통을 느끼기도 하고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신경 쓰여 하루 종일 기분이 개운치 않기도 한다.
◇전자파 얼마나 해로운가?= 전자파의 유해성은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1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휴대폰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전자파 노출이 어린이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에서 어린이는 귓바퀴와 두개골 두께 등이 비교적 얇아 두뇌의 전자파 흡수율이 높을 수 있다는 중간연구결과를 전하기도 했다.

같은 해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중간연구결과와 단국대 의대의 연구를 토대로 어린이와 태아에게는 전자파가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단국대 의대가 진행 중이던 연구는 어린이 및 임산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으로 휴대폰 사용요금이 많을수록 출생체중과 키가 감소하는 듯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표본수가 부족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아직 인체에 대해 명확한 위협이 증명되진 않았으나 암 유발 가능성이 존재하며 어린이의 경우 같은 환경에서 성인보다 전자파를 더욱 많이 흡수하는 경향이 있어 평소 전자파를 덜 받기 위한 생활습관을 갖춰두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전자파 위협에 대비한 정부 움직임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전자파에 대한 우려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 표준보다 엄격한 ‘전자파 등급제’ 도입을 진행 중이다. 2012년 9월 공청회서 발표된 전자파 등급 고시 제정안에 따르면 전자파 흡수율이 0.8W/kg 이하인 휴대폰을 1등급, 0.8~1.6W/kg인 휴대폰은 2등급으로 나눴다.
이는 국제기준인 2.0W/kg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인체를 보호한다는 전자파 등급제 취지에 맞춘 것이다. 그만큼 전자파 피해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인식하고 미리 대비한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참고로 1W/kg은 인체 체질량 1kg당 전자파 1W가 흡수된다는 뜻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전자파가 덜 흡수돼는 비교적 안전한 제품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폰 외에 이통통신기지국 전자파도 측정해 1, 2, 주의, 경고의 4등급으로 나누고 울타리 등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곳에 등급을 표시하도록 했다.
◇전자파 조금이라도 덜 받을 방법은?= 기존에는 모니터 앞에 숯이나 선인장 등을 놓기도 했지만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이들이 전자파를 흡수하거나 막는 효과는 없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플러그에 꽂는 방식의 전자파 필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파 필터는 전자파를 줄이고자 하는 제품의 플러그에 꽂아두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사용성이 장점이다. 웨이브텍 세파같은 전자파 필터의 경우 미국 FCC, 독일 VDE, 국제 CISPR 기준 이하로 전자파를 억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자파 관련 특허를 받았다.
장시간 사용하는 제품, 특히 24시간 멈추지 않는 냉장고 등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며 콘센트에 접지선이 연결돼있지 않아도 효과를 발휘한다. 반영구적 수명으로 교환 없이 계속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자파를 피하는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은 전자기기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휴대폰 통화는 직접 귀에 대는 것보다 이어폰이나 핸즈프리가 가능한 블루투스 헤드셋 등을 이용하면 비교적 전자파를 덜 받을 수 있다.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기기가 없다면 휴대폰과 머리 사이 거리가 5mm 이상이 되도록 하고 장시간 통화할 때는 반대쪽 귀로 옮겨가며 통화하는 게 좋다.
TV나 모니터는 화면이 클수록 전자파도 많이 나온다. 시력 보호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전자파를 피하기 위해서도 일정 이상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 전자레인지는 일단 작동시켰다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작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가가는 것이 좋다.
전기장판은 멀리 떨어뜨리면 제품을 사용하는 의미가 없으므로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열선을 이용하는 대신 온수로 몸을 덥히는 온수매트는 비교적 전자파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 물을 끓이는 보일러 부분에선 전자파가 나오지만 직접 몸이 닿는 매트 부분은 물이 지나가는 호스가 있을 뿐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경우가 많은데 슬림비 온수매트처럼 호스대신 작은 수로를 내어 가볍고 접을 수도 있는 제품을 이용해볼 수 있다. 전자파 걱정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옮기거나 보관하기 쉬워 어린이나 노인, 여성이 있는 집에 적합하다.
매트 원단은 항균 처리됐고 더러워진 부분은 물로 쉽게 닦아낼 수 있으며 사용이 끝난 후에는 매트 안에 물이 거의 남지 않게 제거해 침전물로 인한 오염을 방지하는 등 위생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여름에는 쿨매트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득이하게 전기장판을 사용한다면 온도조절기를 고온으로 설정할수록 전자파 발생이 증가하고 반대로 낮추면 줄어들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에 도달하면 이불을 덮어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면서 온도조절기는 낮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전기장판 위에 두꺼운 이불을 깔아 인체와 전기장판이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장판 위에 까는 이불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