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견기업 지원, 기술력으로 판단해야

중소기업에는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려 하지 않는 `피터팬 증후군`이 잠재해 있다.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면 중소기업으로 누리는 혜택이 일시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바뀌면 혜택 160개가 사라지고 되레 190개의 규제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졸업을 피하려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분사를 하거나 계열사를 신설하고 정규직 대신 임시직을 고용해서라도 영원히 중소기업 혜택을 즐기려고 한다.

정부는 일찍부터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에는 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에 중견기업국을 설치했을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안 가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하고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9일 대한상의를 방문해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서 활기찬 기업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라고 쓴 것도 이런 이유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당장 중견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점프해도 세제혜택을 한 순간에 없애지 않고 유예기간을 두거나 중소기업의 30~50% 수준의 세제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모양이다.

중견기업 지원을 확대해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중견기업에 똑같은 혜택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저 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는 유약한 중견기업은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집중지원해서 중견기업으로 키우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기술력과 의지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지원책을 마련하더라도 스스로 성장하려는 의지가 없는 기업에는 `돼지에 진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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