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고객 마이너스 통장 계좌에서 주인 몰래 거액이 인출된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을 속여 돈을 빼내가는 피싱과 달리 한도액이 높은 마이너스 통장을 노린 신종 방식이다.
피해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새벽 1시간 사이에 4차례에 걸쳐 인출됐다. 조사에 들어간 경찰은 중국 측 해커 소행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벌어진 점을 감안해 공인인증서 해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인인증서는 물론이고 계좌 비밀번호와 보안카드 번호까지 모두 빼내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연말정산을 앞두고 공인인증서 재발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추가 피해가 이어질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의 심각성은 뒤늦은 대응에 있다. 은행이나 금융 당국은 해킹당한 사실을 사건 발생 한참 후에야 확인했다. 피해자는 해킹을 당한 사실을 하루 반나절이 지나서야 은행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은행 측은 금융사기 위험을 알리는 팝업창을 홈페이지에 띄웠으나 사건이 발생한지 3일이나 지난 후였다. 관계 당국도 긴급 조사에 들어갔으나 아직까지도 사고 경위나 정황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내놨다.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은행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면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기는 고객에 대한 도리다. 홈페이지에 고지하는 정도로는 고객들에게 위험을 제대로 알릴 수 없고 안심시킬 수도 없다. 전문가 예상대로 공인인증서를 해킹한 것이라면 추가 피해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소극적인 대응으로 피해가 늘어난다면 은행은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된다.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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