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음원 최저가도 좋지만

새해 벽두부터 주요 온라인 음원 서비스 업체들의 `최저가 선언`이 줄을 잇는다. 작년 연말부터 “새해 음원 가격이 오른다”며 가입 이벤트를 펼치더니, 새해 밝은 지 며칠 안 돼 할인 경쟁에 나섰다.

선두 업체가 연초 인상된 새 상품 가격을 밝히자 경쟁사는 “우리는 더 쌉니다”에 초점을 맞춰 상품을 내놨다. 그러자 선두 업체는 무려 1년 동안 지속되는 할인 이벤트를 들고 나왔다. 눈치를 보던, 공식적 표현으로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던` 다른 업체도 `업계 최저가`를 앞세우며 마케팅에 나섰다. `첫 달은 5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도 나왔다.

새해 들어 바뀐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이 적용되면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음원 판매금액에서 창작자에 돌아가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요금제 개편이 불가피했다. 어떻게 값을 매겨야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간의 혼선은 이해할만 하다.

사실 소비자로서야 나쁠 것 없다. 할인된 가격에 같은 서비스를 누린다면 문제가 아니다. 창작자 몫이 주는 것도 아니다. 과열된 마케팅을 즐기면 된다. 다만 개정 징수 규정을 적용한 지 열흘이 안 돼 가격 인하 경쟁으로 치닫는 모습에서 과거 음원 시장의 어두운 그림자가 엿보인다면 지나친 걱정일까? 지금까지 온라인 음원 시장은 다른 차별적 요소 없이 가격 경쟁 위주로 흘러 왔다.

결국 회사마다 음원 상품 구성과 가격은 대동소이해졌다.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음악 시장은 큰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기도 힘들게 됐다. 지금의 가격 경쟁이 혹시 징수 규정 변경 이후의 시장을 또 다시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묶어두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또 하나. 징수 규정 개정은 다양한 상품제를 만들어 소비자가 각자 필요에 맞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도 있었다. 해외에선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실험이 이뤄진다.. 음악 업계가 가격 할인만큼이나 이런 고민도 열심히 하고 있길 바랄 따름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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