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전시회 ‘망상’전 오는 2월 1일까지 열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전통적으로 당연스럽게 여겨져온 ‘반대되는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남성/여성, 진리/허구, 형식/내용 등의 전통적이며 절대적인 이항대립들은 서로가 가진 차이를 통해서 의미를 생산해 내고 서로의 개념을 지연시키는 동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우열 관계나 상충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2월 23일부터 열리고 있는 사진작가 노상현의 개인전 ‘망상(delusion)’ 또한 이처럼 서로 대립되는 것들이 단순히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흐름의 미학을 담은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던 노상현 작가가 서울의 도심 속에서 고찰한 존재에 대한 생각과 시간의 지속성을 이번 개인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전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 작품들의 특징은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한국적인 미를 표현해 내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종로를 주 무대로, 한국적인 고유의 이미지를 오랜 시간 담고 있는 보신각, 북촌, 광장시장, 낙원상가 등 서울의 도심을 통해서 한 인간이 느끼는 존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작품 속에 담겨있다.
이 작품들은 다중촬영기법을 사용하여 피사체뿐만 아니라 사진 속 시간과 공간이 마치 영상처럼 지속적으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의 정지성-유동성이 동시에 담긴 ‘찰나(刹那)’의 기록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 가진 이중적인 감정들이 과연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멈춰있지만 흘러간다’라는 전시회의 메시지처럼 작가는 대립되는 이항들이 가득한 사회에서 이러한 대립들이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회, 종교, 자연, 인간이 가진 이중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노상현 작가의 개인전 ‘망상’은 2월 1일까지 온라인 사이트 업노멀을 통해 인터넷 전시로 진행된 후 오프라인 전시로 이어질 예정이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