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복고풍, 속은 첨단…편견을 깬 '전기차'

미국 크라이슬러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새해 미국 시장에 순수 전기자동차인 `500e`를 출시한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피아트의 소형차 `500(친퀘첸토)`에 전기 파워 트레인을 탑재하되 `단순하고, 목적에 충실하며, 운전이 즐거운`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는 것이 500e에 대한 피아트의 설명이다. 마침 GM도 새해 여름부터 쉐보레 스파크 EV(전기차)를 미국시장에서 팔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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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도어 4인승인 피아트 500e의 차체 크기는 길이 3617mm, 폭 1627mm, 높이 1527mm로, 5도어인 쉐보레 스파크보다 약간 커서 우리나라 경차 규격을 벗어난다. 1960년대의 피아트 친퀘첸토를 모방한 디자인을 가진 500e는 차체 바닥 부분에 97개의 셀로 구성된 2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리고 내연기관 대신 `e-Drive`로 불리는 모터로 앞바퀴를 굴린다. 변속기는 1단 기어박스로 되어 있고, 레버가 아닌 버튼을 눌러 전진, 후진, 주차, 중립을 선택한다. 500e의 모터는 83kW, 111마력의 출력을 내며, 출발과 동시에 20.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110kW, 130마력의 출력과 55.2kgm의 막대한 토크를 제시하고 있는 스파크EV보다는 약하지만, 피아트 500에 탑재되는 보편적인 엔진들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다.

500e의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고자 한다면, 120볼트의 레벨1 충전일 경우 24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240볼트의 레벨2 충전을 이용한다면 4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 20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스파크EV는 240볼트 충전에서도 7시간이 걸리지만, 20분 내에 전체 배터리 용량의 80퍼센트까지 채울 수 있는 급속 충전 기능을 갖추었다. 피아트 500e는 완전 충전 시 130km를 달릴 수 있고, 도심 위주로 주행하면 160km를 가는데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스파크EV의 주행가능 거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피아트 500e의 공기저항계수는 500보다 13퍼센트 개선된 0.311이다. 앞뒤 범퍼와 휠, 미러 캡의 모양을 바꾸고 큼지막한 리어 스포일러와 바닥 면 커버를 적용하는 등 윈드 터널에서 많은 시간을 갈고 닦은 덕분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기역학적인 개선도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500e는 효율과는 상관없이 더욱 역동적인 외관을 제공하는 `e-Sport` 패키지도 준비했다. 헤드램프 등 곳곳을 검게 처리하고 미러 캡과 측면 그래픽, 바퀴를 오렌지색으로 장식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한 버전이다.

친환경 차는 심심하고 무기력하다는 편견을 깨려는 듯, 전기자동차 답지 않은 운전 재미를 갖추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피아트 500e와 쉐보레 스파크EV의 공통점이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ECO` 버튼을 눌러야 하고, 그렇게 하면 역동성이 뚝 떨어지는 전기차들도 있지만, 500e는 `친환경 주행 모드` 자체를 배제했다. 조향장치의 반응성과 피드백을 높이고 제동장치를 강화하는 등 전기자동차에 맞게 섀시와 서스펜션을 개량하는 과정에서도 꼼꼼히 운전 재미를 챙겼다는 설명이다.

피아트 500e는 계기판의 7인치 TFT와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전기자동차의 운행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보여주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 밖에서도 충전 상태를 관리하거나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등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될 스파크EV와 달리, 500e는 당분간 미국 시장 전용차가 될 전망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미국의 기업 평균 연비 규제를 충족시킬 목적으로 개발한 차이기 때문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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