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1.8㎓·2.6㎓ 대역 140㎒ 폭을 내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했다. 통신업계는 황금주파수를 놓고 손익 계산이 분주해졌다. 두 주파수 대역이 할당되면 롱텀에벌루션(LTE) 내려받기 속도가 최대 두 배 빨라지는 광대역화가 가능해진다.
통신사 모두에게 좋지만, 네트워크 품질 경쟁이 치열한 LTE 시장에서 `상대방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 필요해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열쇠를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세부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으로 보인다.
◇KT `느긋` SK텔레콤·LG유플러스 `초조`
1.8㎓ 추가 할당 대역이 자사가 LTE 주력망으로 운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에 인접한 KT는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우선은 대역 내에서 이동 재배치를 할 요인이 가장 적다. 현재 건물내·지하까지 촘촘하게 구축해 놓은 주력망이 바로 단방향 20㎒ 폭을 점유하는 광대역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2세대(G) 용으로 쓰고 있던 해당 주파수 대역을 LTE로 전환하느라 이미 적잖은 비용을 치렀다”며 “KT 주력 LTE 망을 바로 광대역화할 수 있도록 배치해도 절대 특혜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1.8㎓ 내에서 KT와 LG유플러스 사이의 대역을 LTE 보조망으로 쓰고 있는 SK텔레콤은 셈법이 복잡하다. 1.8㎓에서 광대역 주파수 블록을 차지하려면 일단 새로 할당된 대역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1.8㎓ 대역 LTE 서비스 커버리지가 아직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이 대역에 경매를 치르느라 1조원 가까이 쏟아 부은 전력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같은 대역 내에서 이동을 하려 해도 스위치를 순차적으로 껐다 켜는 과정이 필요한데, 24시간 활발한 데이터 이용이 이뤄지고 있는 요즘 소비 패턴에서 적잖은 고객 민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동일한 조건의 광대역화를 위해선 새로 할당되는 1.8㎓ 내에선 LG유플러스가 광대역 블록을 배정받고, SK텔레콤과 KT는 2.6㎓ 대역에서 배정받는 안이 가장 공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파수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3사 모두 광대역 블록에 신규 투자를 유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1.8㎓·2.6㎓ 두 대역 모두 LTE 서비스 적용이 아직 없는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전체 투자 비용이 상승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솔로몬 해법 필요
재배치안에 대한 결정은 새해 1월 중 나올 전망이다. 방통위는 급증하는 LTE 트래픽으로 더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미 방통위가 여러 개의 안을 내놓고 통신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의 불만을 최대한 줄일 솔로몬의 해법을 내놔야 하는 방통위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3개 사업자가 빛과 그림자처럼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칫 특정 사업자에 유리한 재배치 안을 내놓을 경우 특혜라는 포화를 맞기 십상이다. 경매에서 상대 사업자의 광대역화를 막기 위한 `알박기`식 입찰 행태가 나올 우려도 있다.
최준호 주파수정책과장은 “재배치를 포함한 모든 안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향후 사업자 의견수렴을 통해 경매규칙 등 세부 할당 계획을 수립, 내년 초 할당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