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전자산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일본 경제를 견인하던 전자기업 3사의 몰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가 줄줄이 큰 폭의 적자를 내고 강도 높은 자구책도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2012 회계연도 기준으로 소니만이 200억엔 흑자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고 파나소닉과 샤프는 각각 7650억엔과 4500억엔 적자가 예상된다. 피치·무디스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이 이들 3사의 신용등급을 모두 `정크(투자부적격)`로 판정하면서 30여년 만에 최저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이들 3사가 추락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잘라파고스(재팬+갈라파고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지 않고 자국 시장에 안주한 것이 일본 기업의 고사를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또 D램이나 LCD 등 변화가 빠른 부품 분야 혁신에 실패하면서 후발 주자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주주와 경영진의 리더십 부재와 도덕 불감증까지 겹쳤고 지속되던 엔고가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였다.
제조업의 글로벌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세계의 생산기지로 우뚝 자리잡은 중국의 수탁생산공장에서 열악한 노동자 작업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각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아이폰 생산으로 유명해진 대만 폭스콘에서 올해 초 생산직원들이 연쇄적으로 투신자살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포스트는 세계 최악의 직업으로 폭스콘 노동자를 꼽은 바 있다. 삼성전자 중국 협력업체도 미성년자 고용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제조업 유턴 전략도 새로운 흐름을 이뤘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규제 강화로 투자 환경이 나빠지면서 다시 자국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려는 글로벌 기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명 `리쇼어링(reshoring, 제조업 본국 회귀)` 현상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 국의 독려 정책도 한몫했다. 미국은 해외 진출 기업에 주던 조세 감면을 줄이는 대신에 되돌아오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또 이전 비용 20%를 현금으로 사전 지원하고 지출한 설비투자비에 주는 세제혜택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애플 등이 부응했다.
제임스 올워스 하버드경영대학 성장혁신포럼 연구원은 “애플의 최근 리쇼어링 결정은 아시아 협력업체에 핵심 노하우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애플이 지금의 삼성전자를 키웠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