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관통했던 키워드를 꼽으라면 `모바일`과 `특허소송`으로 압축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이 모든 IT기기의 블랙홀이 되면서 IT산업계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노키아·모토로라 등은 혹독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아야 했다. 반면에 스마트폰으로 새 질서 창출에 성공한 삼성전자와 애플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점유율을 높이며 양대 축으로 시장을 독식해갔다.
두 회사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온오프라인 통합플랫폼 `윈도8`를 내놓고 공격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의미있는 수치를 보이고 있지 않다.
세계 최대 모바일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구매력을 앞세워 화웨이, ZTE 등 자국기업을 키웠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바꿔 놓았다. 샤오미·지오니 등 저가 스마트폰을 내세운 중국 벤처의 돌풍도 화제였다.
글로벌 IT시장에서 중국의 세력이 확대되자 각 국에서 견제가 시작됐다. 화웨이와 ZTE의 스파이 논란이 그것이다. 미 하원이 주축이 돼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국가안보 침해 우려를 전면 제기하면서 국가 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됐다. 그러나 명확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는 세계 통신사업자에 큰 위기로 다가왔다. 폭증하는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 도입과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22조원을 들여 미국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규모의 가입자 수를 만들어 투자 시너지를 내 4세대(G) LTE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소프트뱅크는 이어 스프린트의 자회사 클리어와이어까지 인수해 태평양을 건너는 통신기업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일본과 유럽은 트래픽 폭증을 해소하고자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남게 된 아날로그방송 주파수를 모바일 브로드밴드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세기의 소송`으로 세계 관심사가 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은 한 해를 달군 최고의 IT 이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각국에서 거듭되는 특허소송과 판매금지조치와 해제 등 두 회사의 일거수일투족은 각국 미디어에서 실시간으로 알려졌다.
새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 중인 기업은 특허권을 방어 무기로 삼았다. 모토로라와 노키아, 알카텔루슨트, 에릭슨 등이 잇따라 경쟁 기업을 상대로 낸 특허소송이 그것이다.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2012년은 글로벌 정보통신업계에 처절한 약육강생의 경험을 안겨준 한 해였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