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 급증으로 오프라인 못지않게 온라인에서도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19일 유권자들은 투표 후 찍은 인증샷을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투표를 독려했다. 과거 일부 젊은 사람 중심으로 이뤄지던 투표 인증샷 공개가 이제는 중장년·노인층까지 확대되면서 국민 선거문화로 자리잡았다. 자녀 손을 잡고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가족 투표 인증샷도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오후 1시 투표율이 45.3%를 넘어서는 등 오전 투표 열기가 높아지면서 인증샷 공개도 아침부터 큰 폭으로 늘었다. 페이스북·트위터·미투데이·카카오스토리 등에서 친구를 맺고 있는 주변사람과 인증샷을 주고받으며 투표를 즐겼다.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전성호 씨는 “아이들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고자 직접 투표장을 찾았다”며 “주변 사람에게 투표를 독려하려 가족과 함께 찍은 투표 인증샷을 SNS에 올렸다”고 말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인증샷 대열에 동참했다. 페이스북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인증샷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아이디 `독도`를 쓰는 한 이용자는 `일본군 위안부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투표 후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은 모습`이라는 글과 함께 김 할머니의 손등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여러 사람에게 전달됐다. 또 다른 위안부 할머니인 길원옥 할머니가 한 말인 `오늘이 윤봉길 의사 순국 80주기인데 투표율 80%는 나와야 하지 않겠냐,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돼달라`는 글을 올려 트위터를 달궜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투표장을 찾은 임신부들도 투표 인증샷을 올렸다. 출산을 눈앞에 둔 한 임신부는 `태어날 아이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하고 싶어 의사의 만류에도 투표를 하러 왔다`며 투표 인증샷을 찍어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사진을 본 네티즌은 만삭의 몸으로 투표장을 찾은 임신부에게 찬사와 혹시 모를 걱정도 함께 남겼다.

휴일을 맞아 등산복 차림 투표 인증샷도 눈에 많이 띄었다. 유권자 대부분은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친 후 인증샷을 찍어 SNS를 이용해 주변사람에게 알린 후 등산 등 야외 나들이를 떠났다. 역대 대통령 선거와 달리 아침부터 높은 투표율을 반영하듯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SNS 등 온라인 사이트를 달궜다.

자양 제2 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는 `여기저기서 생전 줄서서 투표해보긴 처음이라는 말이 들리네`라는 글과 함께 투표 인증샷을 올렸다. 압구정동에 사는 한 유권자도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도 투표 인증샷을 속속 공개했다. 가수 이효리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인증샷과 함께 `저만 그랬나요? 투표용지 받고 안에 들어가 도장을 찍으려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면서 뭔가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투표 후기를 올렸다. 윤은혜 씨는 인증샷으로 `V`자 표시를 취했다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누리꾼 조언을 듣고 사진을 내리기도 했다. 윤 씨는 “아무 뜻 없이 버릇처럼”이라고 글을 남겼다. 김제동, 김윤아, 이특 씨 등 연예인뿐만 아니라 소설가 이외수·공지영 씨도 인증샷을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박찬호 등 운동선수들도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투표 인증샷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나와 근처에 있는 커피전문점에 들러 추위를 녹이고 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박 시장은 오전 11시에 혜화 제2 투표소 안내표지판 앞에서 찍은 인증샷과 함께 `지금 전화해 잠꾸러기 친구들을 꿈꾸러기 친구로 만드시길`이라는 글을 올려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 인증샷이 이처럼 투표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모바일기기 확산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박빙으로 치러지는 선거여서 국민 관심이 높았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투표 인증샷은 투표를 독려하는 정치 참여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번 대선으로 투표 인증샷은 선거 문화로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