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반도체가 디지털 반도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정을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생산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파운드리 마케팅이 게이트 선폭이나 설계자산(IP) 라이브러리에 좌우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공정 모듈과 옵션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타워재즈, 동부하이텍 등 특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게이트 선폭이 다른 레이어를 추가하는 하이브리드 공정 방식 수요가 늘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에 다양한 기능이 도입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반도체를 25개층(레이어)으로 제조한다면 20개 레이어는 아날로그 공정으로, 5개 레이어는 디지털(로직) 공정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아날로그 회로는 주로 전력 관리를 하고, 디지털 회로는 연산 등 명령어에 따라 기기를 작동하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회로는 점점 선폭을 줄여서 기능을 집적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공정 유연화를 실현한 건 이스라엘 타워재즈다. `기본 플랫폼(Base Platform)`은 게이트 배선폭이 0.35㎛인 싱글게이트옥사이드 5V 공정에서 레이어 20개를 써서 만들고, 중간부터는 고밀도디지털(High Digital Density) 공정으로 0.18㎛ 레이어 5개를 추가한다. N+ 매립층(Buried layer), 에피(EPI)와 싱커(Sinker)를 올릴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구동칩을 예로 들면 LED를 동작하는 데 필요한 공정은 0.35㎛를 쓴다. 대신 주변 환경 조도에 따라 불빛 세기를 바꾸거나 사람 움직임에 반응하는 기능을 넣을 때는 0.18㎛ (또는 0.13 제외) 로직 공정을 사용한다. 송영진 타워재즈코리아 사장은 “BCD(Bipolar·CMOS·DMOS) 공정에서는 팹리스가 원하는대로 선폭과 전압이 다른 공정을 섞어서 제공한다”며 “다른 파운드리도 이 같은 시도를 서서히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공정에 따른 설계지원툴(PDK)도 각각 제공해서 제조공정을 최적화했다.
동부하이텍도 전(Front)·후(Backend) 공정을 나눠 앞에서는 0.35㎛ 공정을, 후방에서는 0.18㎛ 공정을 적용한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선폭이 점점 줄어들면서 고객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직까지 종합반도체회사(IDM)처럼 딱 맞춘 파운드리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고객사 요청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팹리스는 굳이 필요가 없어도 반도체 설계도 중 가장 선폭이 큰 아날로그에 맞춰 이용해야 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최적화된 공정을 쓰면 팹리스는 공정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기능을 반도체 하나에 담을 수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