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통신사 신규 모집 금지 가닥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하순 통신사의 과도한 휴대폰 보조금 조사를 마무리하고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등 강력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에 지난달 제시하기로 한 지상파 재전송 제도 개선 방안은 정책 결정이 지연돼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보조금엔 강경책을, 재전송 제도 개선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자 통신과 방송업계 모두 볼멘소리를 냈다. 특히 통신업계는 정치적 문제에는 손을 놓으면서 유독 규제 문제에만 집착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속도 내는 `보조금 조사결과`
방통위는 통신사의 보조금 과잉지급에 대한 조사결과를 이달 발표할 방침이다. 위반으로 결정되면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모집 금지 기간과 순서에 따라 아이폰5 판매 초반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는 이달 보조금 조사결과를 전체회의에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이르면 20일, 늦어도 27일에 조사결과를 보고하고, 제재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는 이미 2010년과 2011년에 보조금 과잉지급으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번에 제재를 받으면 세 번째다. 지난 2010년 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같은 기준을 세 번 위반했을 때 최장 3개월간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하는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이번에 이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는 한 회사씩 순차로 시행한다.
문제는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시기다. 방통위 계획대로라면 연말·연초에 순차 처벌이 시작된다. 아이폰5가 출시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연말·연초 특수까지 있는 시기라 사업자들이 처벌 순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아이폰5 출시 전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는 SK텔레콤과 KT는 더욱 민감하다. 먼저 처벌받는 쪽이 아이폰5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조금 조사 결과를 연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처벌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처벌이 결정되면 행정절차상 소요되는 기간을 거쳐 곧바로 제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지지부진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은 12월에도 방통위가 전체회의 상정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방통위는 11월에 정책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지상파 재송신 문제 해결을 위해 주무국과 상임위원회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다음 달(11월) 안으로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은 수년 전부터 논의해 왔다. 특히 지난 2월 `재송신 분쟁 해결 절차`와 `방송 유지·재개 명령권` 신설 등을 담은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 일부를 의결하며 기대감을 높여왔다. 이후 방통위가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계속 미뤄졌다. 일각에선 해를 넘겨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유료방송 업계는 정책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내년 초 지상파 재송신 분쟁이 되풀이할 것을 가장 우려한다. 제도 개선안에 기대를 걸면서 지상파 재송신료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기준이 없으면 내년에 재송신 분쟁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면서 “방통위원장이 11월 해결을 얘기했으면 결론이 어떻게 되든 전체회의에서 논의라도 해야 할 텐데 아무 소식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상파 재송신료 협상도 정책 방안과 연계돼 진전이 없다. 공영방송인 KBS2를 의무 재전송에 포함할지와 재송신 대가 산정 기준을 어떻게 제시하는지에 따라 재송신료가 달라질 수 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합의제 기구인 상임위가 여당 몫 위원 3명, 야당 몫 위원 1명 구도로 의사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IPTV와 CJ헬로비전 등 많은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송신 계약이 올해 끝나 방통위가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또다시 사업자 간 분쟁이 생긴다”며 올해 안에 제도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논의를 계속한다는 원론적 주장만 반복했다. 양문석 위원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중요한 정책 방안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도 언급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원들에게 계속 보고하며 논의한다”면서도 “양문석 위원이 방송 이해도가 높은데,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빼놓고 결정할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권건호·전지연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