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케이스스터디]가톨릭중앙의료원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지난 2008년 서울성모병원을 포함 5개 산하 병원에 대한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인 `엔유(nU)`를 구축, 가동했다. 병원별로 구축된 의료정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 구축한 것이다. 병원간 진료 데이터 공유는 물론, 정보자원에 대한 운영 효율화를 꾀했다. 가동 후 5년이 지난 2013년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본격적인 2.0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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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길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정보기획부장

◇프로세스 표준화와 엔유 적용 쉽지 않아

엔유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이다. 8개 병원이 모여 통합 논의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최병길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정보기획부장은 “병원마다 모두 사정이 다른데 굳이 통합을 해야 하냐는 불만도 많았다”고 전했다.

무조건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각 병원 관계자를 설득해 8개 병원의 20여개과 의사, 간호사, 사무직 종사자 등 100여명이 참여하는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를 시작했다. 이 결과 서울성모·여의도성모·의정부성모·부천성모·성빈센트병원 등 5개 병원에 대해 프로세스 표준화를 진행했다.

BPR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2006년부터 엔유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서울성모병원부터 적용을 시작한 엔유 구축사업도 진통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표준화 한 진료 수납 체계를 적용하는 데서 발생했다.

당시 옛 강남성모병원은 서울성모병원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의료 수납체계를 선불제에서 후불제로 전환했다. 재무처리를 명확하게 하고 정당한 수납체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부분 병원들은 CT나 MRI 등 고가 진료 수납은 선불제를 선택했다. 최 부장은 “초기 서울성모병원이 도입한 후불제를 다른 병원에 적용하려니 많은 문제가 발생해 다른 병원은 선불과 후불을 모두 선택할 수 있도록 필드를 늘려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던 사안도 있었다. 규모가 큰 병원은 여러 명이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화면이 여러 개로 나눠져 있어야 했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은 담당자가 한명이어서 화면이 통합된 것을 선호했다. 합의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병원에 맞게 모두 커스트마이징을 했다. 이처럼 병원 특성에 맞게 시스템을 수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거워졌다. 개발기간도 초기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2007년 가동 예정이었던 엔유는 1년이 지나 2008년 가동했다. 사람 생명과 관련된 정보시스템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으면 가동을 할 수 없었다. 최 부장은 “의료정보시스템은 갑작스러운 환자발생, 수술, 외진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아 완벽한 정보시스템을 구현할 수 없다”며 “그러나 청구, 수납, 보험처리 3가지 업무는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가동, 내년부터 2.0고도화 착수

2008년부터 서울성모병원을 시작으로 5개 병원이 순차적으로 엔유를 적용했다. 가동 초기 개발자와 스텝들이 모두 24시간 대기하면서 전산 콜센터 역할을 수행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비상 근무하면서 문제가 발생되면 즉각 수정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엔유 가동한 후 산하 병원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의료서비스 표준화와 진료 편의성과 약제사용의 적정성 수준도 높였다.

그러나 최근 IT와 의료 환경이 급변하면서 엔유의 한계가 나타났다. 엔유는 윈도XP 기반으로 액티브X를 사용한다. 향후 액티브X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 보편화되면 현 엔유로는 대응이 어렵다. 여러 병원의 프로세스에 맞게 표준화를 하다보니 시스템도 무거워져 속도가 느려졌다. 진료 규모가 늘어나 용량에도 문제가 생겼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엔유2.0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최 부장은 “이미 2.0 프로젝트는 시작한 상태”라며 “병원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건강검진센터는 접수부터 수납까지 모든 전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을 엔유 2.0으로 재구축 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센터 엔유2.0는 작년 11월 구축을 시작해 지난 3일 가동했다.

본격적인 산하병원 엔유2.0 프로젝트는 내년부터다. 단 앞서 진행한 엔유 프로젝트처럼 빅뱅방식은 아니다. 엔유2.0은 모듈별로 시스템을 구축, 단계적으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최병길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정보기획부장(평화이즈 대표)

-당시 어떻게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가톨릭중앙의료원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가톨릭학교법인 IT계열사인 평화이즈가 수행했다. 평화이즈 대표이고 가톨릭중앙의료원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은

▲무엇보다 각기 환경이 다른 병원을 하나로 통합하려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 병원마다 진료 환경이 다르다 보니 프로세스 표준화가 쉽지 않았다. 또 일부 프로세스는 반드시 그 환경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스템 구축이 문제가 아니라 각 병원별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엔유 가동후 효과는 어떠한가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 상당부분 비용절감을 할 수 있었다. 과거 병원별로 30~40명의 시스템 운영인력이 필요했다. 현재는 5개 병원을 83명이 운영한다. 운영인력은 서울성모병원 별관에 있다. 서버 등 정보자원은 평화빌딩에 있고 일부 서버관리자 등은 그곳에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데이터 공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환자들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이면 어디서든 진료 연속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의사들도 과거처럼 환자의 진료 챠트를 찾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병원에 조언한다면

▲패키지를 구입해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존에 구축한 시스템을 가져다 적용하면 위험요인을 줄일 수도 있고 비용도 적게든다. 보다 더 이상적인 것은 대형 병원들이 구축한 의료정보시스템을 공유해 상호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려운 얘기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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