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디어콘텐츠 유통 형태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음성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콘텐츠 비용 지불 의사는 높아 잠재 성장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OTT(Over-The-Top)사업자를 필두로 유통 구조를 양지로 끌어낼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통신솔루션 업체 에릭슨이 29일 발표한 보고서 `TV미디어 컨슈머 인사이트:2012 한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소비자 요청(온-디맨드) 미디어` 중 40%가 토렌트 등 P2P 파일 공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필요한 콘텐츠를 대부분 불법 파일 공유로 얻는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같은 조사에서 훌루나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를 통한 정상 유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파일 공유로 얻는다는 답변은 15%에 그쳤다.
에릭슨은 음성 유통이 만연한 이유로 통신사,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등 기존 제공사가 소비자에게 맞춤 콘텐츠를 전달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IPTV, 케이블방송 등 회선사업자를 끼고 판매하는 패키지 채널상품이, 실제 필요에 비해 지나치게 규모가 크고 가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캐세아 쉬 에릭슨 동북아 컨슈머랩 총괄은 “(한국에서) 소비자가 커스터 마이징 할 수 있는 채널상품의 수요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넷플릭스, 훌루 같은 형태의 OTT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시장 활성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콘텐츠 비용 지불 의사는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SD 영화를 프리미엄 HD 영화로 전환하는 데 1달러 이상 낼 용의가 있는 소비자가 52%에 달해 46%에 머문 미국과 영국을 앞질렀다.
지하에 숨은 유통 시스템을 정상적인 형태로 재정립한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쉬 총괄은 “모바일 단말기에 이어 TV 역시 개인화 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소셜TV, 온디맨드 콘텐츠, 창의성을 모토로 한 개인TV경험(Individualized TV experience)의 증가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릭슨은 이번 조사를 위해 16세부터 59세까지 한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회사 측은 “전체 인구의 80%를 대변할 수 있는 규모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OTT(Over-The-Top)
범용 인터넷으로 미디어콘텐츠를 전달하는 서비스. 전용망을 사용하는 기존 지상파, 케이블방송과 달리 누구나 범용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망중립성` 논쟁 등 통신사 진영과 대립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