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꿍~`
송인섭 대구테크노파크 신임 원장(60)이 직원들에게 처음으로 띄운 메일 인사말이다.
기관장이 취임후 직원들에게 날리는 첫 인사치고는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먼저 출근하는 원장에게 앙증맞은 표정으로 `안녕하십니까꿍`이라고 인사한다.
권위가 아닌 동료의식은 소통의 시작이었다. 각종 비리로 얼룩진 대구TP를 떠맡은 신임 송인섭 원장은 사기가 땅에 떨어진 직원들을 추스리기 위해 자신을 낮춰 가깝게 다가가는 일부터 시작했다.
송 원장은 “TP는 지역 산업에 기여해야하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며 “직원들은 성장한 대나무의 죽순처럼 성숙해 있어 그 역량을 하나씩 끌어내기 위해서는 권위가 아닌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대구TP 제6대 원장에 취임한 송 원장은 취임식을 따로 갖지 않았다. 취임식 대신 행사비용으로 떡을 마련해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지역 150개기업을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강행군을 했다.
지역 정서대로 한다면 취임 후 첫 행보가 주요 단체장 방문이어야 하지만 송 원장은 TP의 핵심 고객인 기업과의 소통이 먼저라며 기업 방문을 첫 공식 스케줄로 잡았다.
대구TP는 지난 5월 지식경제부 감사에서 비리가 드러나 전임 원장과 센터장이 중도하차한 곳이기 때문에 누가 TP를 맡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사실 송 원장이 선임되기까지 두차례의 공모 과정을 거치며 우여곡절도 많았다.
“마음을 비웠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TP를 맡은 것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날 때 주위에서 `지역을 위해 어느 정도 기여했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송 원장은 일을 만들어 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일도 많다는 뜻이다. 그는 “임기 전반을 혁신과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중·후반에는 해외시장과 글로벌 기업유치에 전력투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독일과 미 실리콘밸리, 일본 등에는 지역 기업이 진출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제품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가칭 `D-Store`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대구포털로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송 원장은 기업유치와 관련 “전기전자와 바이오, 신재생에너지분야 글로벌 해외기업 한 개 공장 정도는 대구로 유치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직원 복지에도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대구TP 이직률이 20%나 될 정도로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며 “웨딩공간과 외부 광고판 임대 등으로 수익 내 직원 복지에 쓰겠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첫 만남에서 나왔던 아이디어를 기록한 작은 메모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든 송 원장은 “직원들과 얘기하며 희망을 발견했다”며 “기업 현장과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메모지를 오래 간직할 것 같다”고 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