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소비자가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건 바로 형편없이 짧아진 배터리 이용시간이다. 실제로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6개월 내 스마트폰 구매자 5,3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8%가 배터리 이용시간에 불만을 갖고 있다. LTE 스마트폰은 사정이 더하다. LTE 스마트폰으로 반나절밖에 못 쓴다는 사람은 40%나 된다. LTE 스마트폰으로 하루 넘게 버티는 소비자는 절반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이처럼 배터리 이용시간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를 대상으로 ‘붙이기만 하면 배터리 이용시간이 늘어난다’는 필름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제품은 한결같이 배터리 이용시간 증가, 수명 연장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또 이런 효과가 입증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TNE 제품 ‘배터리파워플러스’(www.batterypowerplus.co.kr) 광고를 통해 검증해 보았다.
◇ 테스트 결과가…‘감감무소식?’ = 이 제품이 내세우는 문구는 ‘배터리 안의 불규칙한 전자 흐름을 일정하게 만들고 이용시간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공인 시험기관 등 공신력을 가진 곳에서 발급한 성능 관련 증명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각종 오픈마켓이나 블로그에서 체험단 활동을 수행한 후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공신력은 떨어진다.
2012년 2월 공지사항에는 ‘한국써모테크의 협조를 받아 배터리 충방전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결과는 2월 말경이면 나올 것’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성능테스트 결과는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공지사항에 언급된 한국써모테크 역시 당혹스러워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실험을 위해 배터리 충방전 테스트 장비만 빌려준 것이며 성능테스트 결과는 해당 업체(TNE)가 가지고 있다. 우리 회사(한국써모테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 한국써모테크가 성능을 인증해 주는 것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는 공지사항은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자료는 없을까. 구글 검색을 통해 발견한 웹사이트 개편 전 공지사항에는 한 대학교에서 진행한 실험결과가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실험 내용 역시 ‘배터리에 무리를 주지 않아 배터리 사용 용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등 정확한 결과를 드러낸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교 관계자는 “2011년 5월경에 TNE에서 실험 의뢰를 받았다. 장비를 학교에서 모두 가지고 있었고 봉사하는 차원에서 단 한번 실험을 진행했을 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허술한 면이 있었다. 또 학교는 국가공인인증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제품에 대해 인증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때문에 TNE에 실험결과를 건네주면서 ‘이 자료를 홍보에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허락한 적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에는 실험 날짜가 ‘2011년 10월 20일’로 적혀 있었지만 이조차도 사실이 아닌 셈이다.
이 관계자 역시 ‘순수한 봉사 차원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가 전혀 맞지 않는 목적인 홍보에 이용당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실험 자료를 건네주면서 공인인증기관인 전자부품연구원(KETI)의 관계자도 함께 소개해 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TNE에서 ‘대학교가 진행한 실험 결과를 써도 되느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허락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TNE에서 실험 결과를 가지고 홍보에 활용하고 있었다. TNE에 항의했더니 ‘전자부품연구원의 인증 시험이 늦어졌다. 회사 사정이 있었다’라고만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시험 결과는 현재도 버젓이 네이버에 개설된 제품 홍보용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성능에 자신이 있다면 공인 시험 기관을 통해서 인증 받은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공인 시험 기관의 결과 대신 ‘실험결과’, ‘성능시험 사진’ 등을 게시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물론 배터리파워플러스가 유일하게 공개한 공인 시험 기관의 인증 자료도 있다. 배터리파워플러스에 쓰인 재료에서 납이나 수은 등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시험 성적서다. 하지만 이 시험 성적서는 ‘제출용’이다. 시험 성적서에는 ‘홍보, 선전, 광고 및 소송용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 소셜커머스서도 ‘뭇매’ =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아직도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에서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루폰은 올해 1월 13일에 같은 제품을 ‘스마트 배터리 업 필름’으로 판매했다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부랴부랴 환불·반품에 나선 바 있다(www.groupon.kr/app/product/past/13558). 위메이크프라이스 역시 올해 1월에 같은 제품을 총 5,738개 판매했다.
◇ “상식적으로도 말 안된다” = 업계 전문가는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리튬이온 배터리를 연구하는 한 학계 관계자는 “삼성SDI·LG화학 등 국내외 유수 업체가 현재 생산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도 최대한 효율을 높이고 상당한 최적화를 거쳐 만들어지고 있다. 필름 하나를 붙였다고 배터리 성능이 20~30% 이상 높아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배터리파워플러스의 재질은 무기광물(세라믹)이다. 이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세라믹을 넣는 경우는 폭발사고나 발열 등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세라믹을 필름 형태로 가공해서 붙인다고 해서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기술적으로 따지기 전에 상식선에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필름 하나를 붙여서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이 높아진다면 관련 분야 대기업이 먼저 움직여서 특허를 선점했을 것으로 본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